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픽사베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픽사베이

[이코리아]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에 등재하기로 합의한 지 3년이 지났다. 국내에서는 2025년 도입 여부가 결정되는데,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입에 따른 게임업계 손실이 8조8000억 원에 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를 지난 23일 발간했다.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연구했고, 한동숭 미래융합대학장이 이끌었다.

연구진의 목적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서 비롯된 사회적 갈등과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질병코드 도입에 관한 여론, 교육·사회·게임산업 등 여러 분야에 미칠 영향을 소개했다.

WHO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2019년에 합의했다. 질병코드를 부여하면 각국 보건당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해야 하고,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정부는 늦어도 2026년까지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질병코드 등재 합의 당시 국내에서는 이해관계자들 간 갑론을박이 일었다. 찬성 측은 게임이 도박과 유사한 중독 메커니즘을 보여 규제해야 한다는 관점이었고, 반대 측의 경우 게임에 순기능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WHO도 국제 질병표준 분류기준에 게임과 도박과의 유사성을 담았다. 게임을 다른 활동보다 우선시하고, 이용시간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면 게임이용장애가 나타난 것으로 판단한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 시 중재기관의 갈등 조정이 없을 경우 예상되는 상황.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
게임 질병코드 도입 시 중재기관의 갈등 조정이 없을 경우 예상되는 상황.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

등재 합의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사회적 갈등은 여전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코드 도입 관련 설문조사 응답자 2000명 중 963명은 찬성, 897명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게임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응답자들 가운데 업계 종사자는 195명이었다. 이들은 게임이용의 긍정적 측면(복수응답)으로 ‘스트레소를 해소할 수 있다(89%)’ ‘친구와 친해질 수 있다(68%)’ ‘문제해결력·사고력 향상(58%)’ ‘협동심 향상(41%)’ 등을 꼽았다.

부정적 측면으로는 ‘과몰입 위험(75%)’ ‘학업·일상생활 지장(51%)’ ‘정신건강에 악영향(27%)’ ‘신체건강에 악영향(20%)’ ‘가족관계 악화(15%)’ 등을 우려했다.

사회적 합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지만 전주대 연구진은 질병코드 도입 전후 봉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인다. 연구진은 “질병코드 도입에 있어 ‘게임’과 ‘게임이용장애’라는 용어 정의부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어 “별도의 중재 없이 질병코드를 도입하면,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크다”며 “정부는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질병코드 도입 시 게임산업 규모가 첫해에 약 20%, 이듬해에 24%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규모를 20조 원으로 가정하면 1년차에 4조 원, 2년차에 4조8000억 원 등 2년간 총 8조8000억 원 손실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며 “지나친 사행성이 우려되는 부분 이외에 대한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한국 정부가 WHO 지정 질병코드를 도입하지 않은 사례가 없었던 만큼, 관건은 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중재기관을 설치할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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