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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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정부가 층간소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아파트를 다 짓고 난 뒤에 소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방식을 오는 8월부터 시행한다. 관련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8월 4일부터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실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접수 추이는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학교 원격수업 등 실내생활 증가로 2019년 2만6257건에서 2021년 4만6596건으로 2배 가까이 급격히 증가했다. 공동주택 보급률의 증가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학교 원격 수업 등 실내생활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77.8%는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다가구주택 등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국민 10명 중 8명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데 층간소음 문제가 개인 간의 문제로 방치되면서 폭력, 방화, 살인을 부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동주택 내 층간소음이 사회 문제로 확대되면서 국내 유수 대형 건설사들도 최근 층간소음 저감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5월 경기도 용인에 층간소음에 대한 직접 체험과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연구에서 실증까지 가능한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 ‘래미안 고요안(案)랩 (LAB)’을 개관했다. 이 곳에 자체 개발한 층간소음 차단 성능 1등급 기술도 시범 적용했는데, 바닥슬래브 일부분만 두께를 늘리면서도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바닥 구조 등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고성능 바닥구조시스템인 ‘H 사일런트 홈 시스템Ⅰ’과 층간소음 차단 최고 수준인 1등급 기술을 확보했다. 또 오는 8월 경기 용인시 마북 기술연구원에 층간소음 저감 기술 데이터를 구축하는 실증시설도 준공할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은 고차음 완충재 위에 복합 구조를 덧댄 '하이브리드 강건재 활용 강성 보강 바닥시스템'을 개발했다. 대우건설은 내력 강화 콘크리트와 고탄성 완충재, 강화 모르타르 등 3겹으로 구성된 '스마트 3중 차음구조 시스템'을 선보였다. 

롯데건설은 ‘벽체지지형 천장 시스템’을 개발해 소음의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차별화된 시스템을 내놓기도 했다. 한화건설은 기존에 사용 중인 30mm 층간 차음재를 2배의 두께로 보완한 'EPP+EPS 적층형 60mm 층간차음재'를 개발 중이다. SK에코플랜트도 중량충격음이 41dB(데시벨)까지 저감되는 새로운 바닥구조를 개발해 시험을 마친 상태다. 

현재 시공되는 아파트는 사전에 실험실에서 진행하는 소음 차단 성능 시험만 통과하면 된다. 층간 소음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지속되자 정부는 오는 8월 4일부터 공동주택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시행키로 했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이 대상으로, 지자체가 단지별로 5%의 가구를 뽑아 소음 차단 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개정안은 우선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 모두 49dB로 마련했다. 또 그간 성능등급 간 구분이 3~5dB로 일정하지 않았던 것을 사람이 소음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최소수준인 4dB 간격으로 성능등급 간 차이를 일정하게 조정했다. 

층간소음 측정방식의 경우 경량충격음은 현행과 같이 태핑머신으로 유지하는 한편 중량충격음은 타이어를 떨어뜨리는 뱅머신에서 어린이 발소리 등 실생활 소음과 유사한 임팩트볼(고무공) 방식으로 변경키로 했다. 정부는 새롭게 마련한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기준으로 건설업계의 기술개발과 견실한 시공을 유도해 실제 층간소음을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민단체, ‘건설사 법적책임 강화 조치 필요해’

사후 측정이기 때문에 지금보단 나아지겠지만, 문제는 소음 차단 능력이 떨어져도 시공사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보완시공 권고 정도뿐이라는 것이다. 이미 집이 다 지어진 뒤여서 소음 차단 능력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층간 소음 전수조사를 의무화하고, 기준 초과 시 과태료 부과 등 건설사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는 22일 '층간소음 분쟁 현황과 대책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층간소음 문제의 구조적 해결을 위해 3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공동주택 신축 시 층간소음 전수조사 의무 ▲층간소음 기준 초과 시 벌칙 강화 ▲층간소음 저감에 효과적인 라멘구조 건축 의무화 등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건축공사가 완료된 건축물에 대한 보완 시공은 건축구조상 쉽지 않을 수 있고, 사업주체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보완 시공보다 손해배상 조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또 설계가 동일하더라도 작업자의 숙련도 및 시공품질관리에 따라 층간소음 차단 성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준공 시 현장 전 가구를 전수조사해 시공 품질을 높이고, 공사감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계적으로 공공부터 공공임대주택 신축시 구조체의 하중을 내력벽(벽식구조)이 아닌 보와 기둥을 통해 하부 구조체로 분산 전달하여 바닥충격음을 저감하는 방식의 라멘 구조로 시공구조 형식을 변경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지은 전국 500가구 이상 아파트의 98.5%가 층간소음에 취약한 벽식구조다. 국토교통부 보고서에 따르면 기둥식(라멘) 아파트(무량판 구조, 슬래브 바닥 두께 280㎜)의 경우 벽식구조보다 경량충격음 6.4㏈, 중량충격음 5.6㏈ 감소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 측은 건설사들이 라멘 구조보다 벽식이나 무량판 구조를 선호하는 것은 공사기간이 짧고 공사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라멘 구조는 층과 층 사이에 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층고가 높아져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이 적어 건설사들이 기피한다는 게 경실련 주장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라멘 구조가 벽식보다 층간소음에 있어 성능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문제는, 그게 오래된 데이터밖에 없다. 최근에 지어진 라멘방식들이 과연 공동주택에 적용했을 때 그 성능이 어떻게 나올지는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에 지어진 집들은 완벽한 해결방법이 없다. 사후확인제가 첫 발이니만큼 앞으로 관련 기술개발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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