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열 소장 “모든 소비는 환경문제 야기, 새로운 생산과 소비 모델 찾아야"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이코리아] 국내 재활용 쓰레기의 실제 재활용률이 불과 40%대라는 사실을 아는지. 나머지는 쓰레기로 남아 어딘가를 떠돈다. 이제는 재난이 된 쓰레기, 어떻게 해야 자원이 될까? 해법은 분리배출에 있다. 자원화할 수 있는 재활용품이 쓰레기로 처리되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배출자가 쓰레기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분리배출과 자원순환 등 쓰레기 문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 ‘쓰레기박사’다. 쓰레기에 관한 이론과 제도, 정책, 현장을 아우른 덕에 생긴 별칭이다. 지난 2020년에는 플라스틱부터 음식물까지 한국형 분리배출 안내서인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도 펴냈다. 

홍수열 박사가 소장인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는 쓰레기 문제를 연구하는 1인 연구소다. 홍소장은 십여 년이 넘는 동안 일회용품 규제나 재활용 관련 정책을 연구하기도 하고, 환경단체들과 함께 시민캠페인을 함께 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요즘은 쓰레기 문제가 갈수록 커져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바쁘다. <이코리아>와 인터뷰한 날도 부산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서울 여의도와 정동을 오가며 1분1초가 빽빽한 모습이었다. 

홍 소장은 “분리배출 방법이나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주제로 주로 강의하는데, 쓰레기 문제나 플라스틱,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강의요청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쓰레기 범람 시대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쓰레기 상식과 쓰레기와 어떻게 공존할지를 연구·강의하면서 서울환경운동연합과 동영상 채널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도 진행하고 있다. 홍소장의 블로그(blog.naver.com/waterheat)에는 자원순환에 관한 정보와 더불어 요즘 이슈인 일회용컵 보증금제 문제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홍소장은 분리배출 확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물질소비의 절대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이코리아>가 홍수열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원래 대학 때 동양사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특별히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쓰레기 관련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처음부터 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와서 막연히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사회문제 전반에 관심이 많기는 했는데, 여러 문제 중 환경문제에 대해 내가 좀 더 집중적으로 공부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대학 4학년 때부터다. 진로고민과 연계된 건데, 노동문제나 통일, 인권, 여성 등 많은 문제 중에서 환경에 관심이 갔다. 또 환경관련 책을 읽은 것도 도움이 됐다. 그래서 환경대학원에 진학을 했는데, 대학원에서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있는 선배들과 같이 공부를 하면서 쓰레기를 연구하는 길로 자연스럽게 들어서게 됐다. 

Q. 자원순환에서 분리배출이 제일 기본이라고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일 '안 되는' 분리배출 분야는 어디인가. 또 쓰레기 분리배출이 너무 복잡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일 안 되는 것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사용되면서 또 가장 복잡하다.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데 재질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같은 재질끼리 선별을 해야 재활용이 되는데 일단 선별이 쉽지 않다. 식품용기로도 많이 사용되니까 오염도 가장 많이 되는 품목이다. 그래서 플라스틱 분리배출이 가장 어려운데, 두 가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분리배출 표시를 확대해야한다. 분리배출 표시만 보고 분리배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분리배출 온라인 정보제공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쉽게 말하면 분리배출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궁금한 품목은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유튜브 채널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를 함께 진행하는 모습. 출처=서울환경연합 유튜브채널 갈무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유튜브 채널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를 함께 진행하는 모습. 출처=서울환경연합 유튜브채널 갈무리 

Q. 코로나19 이후 쓰레기가 엄청 늘어나 쓰레기 감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많다. 우리 정부에게 필요한 정책적 노력, 어떤 게 있을까.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먼저 다회용 사회로 가야한다. 다회용 컵이나 용기가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다회용 보증금제도를 도입하고 다회용기 세척 전문업체도 만들어야한다. 일회용기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필요한 부분은 사용을 금지해야한다. 그 다음으로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 많아져야 한다. 포장을 하지 않거나 리필방식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자에게 무포장 제품 생산을 의무화하고 유통매장도 제로 웨이스트 매장 운영을 의무화하는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  

Q. 쓰레기 감축을 위해 기업이 할 몫이 많으리라 본다. 제조사의 친환경 정책 및 쓰레기 감축 노력을 키우기 위해 규제책 말고 소비자가 할 몫이 있을까? 

시장에서 소비자가 ‘돈쭐’을 내는 게 가장 강력한 규제다. 정부의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 행동이 기업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과대포장이나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 대상으로 어택을 해야 한다. 소비자가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해야 기업들이 소비자 눈치를 보면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할 거다. 

Q.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6개월 미뤄졌다. 점주들과 소비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릴만한 지원책이 있다면.

비용부담 증가와 컵 반환 부담이다. 장기적으로는 비용부담은 커피가격 인상으로 흡수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커피가격 인상 전에 미반환보증금을 활용해서 점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다. 컵 반환 부담과 관련해서는 무인회수기 보급이 가장 필요(최근 ‘도와줘요 쓰레기박사’ 채널에서 관련 영상을 10개나 올렸음)하다. 인력으로 컵을 반환받고 보관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Q. 홍수열 소장이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자원순환경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우리의 물질 이용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새로운 생산과 소비 모델을 찾아야 한다. 소비자가 단순히 분리배출을 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 세계를 바꾸는 거대한 기획이며, 새로운 기술이 나와야 한다. 우선 우리의 다짐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물질을 펑펑 쓰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Q. 앞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물질 소비의 절대량을 줄이는 것이다. 물질 소비량이 줄어들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친환경 재질이니까 사용해도 된다는 방식은 그린 워싱이 될 수 있다. 지구를 위한 친환경 재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모든 소비는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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