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 밀집상가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부동산 밀집상가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정부가 첫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주거안정 분야 최대 관심사인 보유세 감면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하향을 통해 고가주택 보유자 및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16일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주거안정 방안의 큰 축은 세 부담 경감과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우선 주거 안정 방안의 하나로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추진한다. 올해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재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추고, 100% 적용하던 종합부동산세는 최대로 하향한 60%로 조정한다. 특히 올해 한시로 1세대 1주택자 ‘특별공제 3억원’를 도입해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과세기준금액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했다. 

기획재정부가 제공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면 이번 조처로 지난해 공시가 20억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올해 216만원 정도로, 1년 전보다 100만원 가까이 줄어든다. 다주택자는 감면폭이 더 크다. 서울·수도권의 주택 보유액이 총 44억원(공시가격 36억원)인 2주택 보유자는 이번 조처로 올해 종부세 납세액이 애초 9423만원에서 4617만원으로 세금 부담이 절반으로 축소된다. 2주택자의 경우 올해 납부해야 할 종부세가 지난 2020년보다는 많지만, 2021년보다는 적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나이가 많거나 보유기간이 길면 종부세 납부도 미룰 수 있다. 이번 조처로 60세 이상이거나 5년 이상 보유한 1주택자는 매년 종부세를 내는 대신 집을 팔거나 증여·상속할 때 한꺼번에 낼 수 있게 됐다. 또 1주택자를 판정할 때 이사 등으로 일시적으로 추가 보유하게 된 집과 상속주택, 지방 저가주택 등은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3분기부터 생애최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지역, 주택 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하고 대출한도는 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7월부터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총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 시행에 따른 실수요자 생활자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용대출 연소득 범위 내 제한을 폐지하고, DSR 배제 한도 등도 확대할 예정이다. 

또 고금리·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고정금리로 대환하는 서민 안심대출(20조원) 시행 및 청년·대학생 등 대상 인당 1200만원 한도, 금리 3.6~4.5% 대출을 지원하는 저금리 소액대출을 1000억원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주택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책으로 올해 6월 이후 입주자 모집 예정인 건설형 공공임대 약 3만호, 매입임대 약 1만호, 전세임대 약 2만호 등을 적기 공급하고, 8월 계약갱신청구권 소진 순차 도래 시점 이전인 6월 안에 정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을 추가 마련할 예정이다. 

이밖에 빠른 월세화에 대응해 무주택 세대주가 부담하는 월세액 세액공제율 상향 및 주택임차자금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7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보유세를 완화하더라도 집값 상승 피로감이 큰 상황이라, 금리 인상과 오는 7월 DSR 추가 규제에 대한 수요자 민감도를 고려할 때, 주택 거래 관망이 좀 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경기불황으로 전반적인 매수세가 줄며 매물 적체 현상과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거래, 가격 약보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빠른 월세화와 임대차 갱신계약 만료 또는 높은 전세가율로 보증금 반환 위험 고민이 커진  임차인 중 일부가 신축 또는 역세권 등 똘똘한 한 채 중심으로 제한적인 매입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한시 배제되지만 장기효과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이후 양도세 중과 연장 등 수정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종부세에 대한 즉각적 조정(2020년 수준 환원, 특별공제 도입 등)을 먼저 실시하고, 보유세 개편정부안을 확정한다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50만호 주택공급 로드맵은 말 그대로 ‘로드맵’이니만큼 단기실적에 치중하지 않았으면 한다. 건설생산품은 완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애초에 종부세는 주택 과다 보유와 투기를 억제하려는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라 서민들이 내는 돈은 아니다”라면서 “종부세의 완화로 임대차 시장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순 있겠지만 결국 중산층의 세부담 비중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세부담이 높아지는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는 이번 주거정책에 대해 서민주거안정을 개선할 구체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의 확충을 비롯해 주택 임대차 갱신횟수 확대를 포함한 주택 임대차 안정화 대책, 주거급여 상향 등의 정책이 절실한데, 윤정부의 정책에서는 이러한 점을 개선할 구체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노골적인 집부자 감세에, LTV·DSR 대출 규제를 전 방위적으로 완화해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은 가파른 금리 상승 국면에서 하우스푸어를 양산할 정책으로 지극히 부적절하다”며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주거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