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메타버스는 무엇이고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까. 한 영화평론가는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를 통해 메타버스의 미래를 내다봤다.

넥슨은 NDC22(Nexon Developers Conference 2022) 3일차 강연을 10일 공개했다. NDC는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국내 최대 규모 게임 콘퍼런스다.

이번 NDC에는 메타버스 관련 강연들이 대거 편성됐다. 지난 1년 사이에 업계의 관심이 커진 점을 반영한 것이다.

영화주간지 씨네21 송경원 기자 겸 영화평론가도 연사로 나섰다.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중심으로 메타버스의 개념을 풀이했다.

송 기자는 “메타버스는 얼마 전부터 거의 모든 업계를 지배하는 주요 키워드”라며 “기발해 보이지만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를 체험 중이며, 영화는 메타버스의 또다른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영화는 100년 전부터 메타버스를 스크린 이후에 실현해왔다”며 “가상현실과 미래를 다루는 영화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레디 플레이어 원은 적절한 시각 교재”라고 덧붙였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메타버스란 현실과 가상공간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창조한 또하나의 세계를 뜻한다. 닐 스티븐슨 작가가 1992년 발표한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스티븐슨은 ‘세컨드라이프’라는 세계관과 ‘아바타’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18년 개봉한 SF 영화다. 가상현실이 현실과 밀접해진 2045년이 배경이다. 주인공 웨이드 와츠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임스 할리데이가 개발한 가상현실 ‘오아시스’에 접속해 하루를 보내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는다.

할리데이는 오아시스에서 3가지 미션을 통과한 사람에게 유산과 개발사 소유권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떠났다. 와츠는 이 미션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아시스 자체를 위협하는 이들과 대립한다. 결국은 유저들에게 희망을 주는 오아시스를 지키겠다는 목표를 확고히 하면서 미션을 모두 완수하고 유산을 얻는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송 기자는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안전띠를 매고 즐기는 롤러코스터에 가깝다”며 “이런 영화적 시공간을 ‘디제시스’라 부르는데, 영화를 만드는 건 디제시스를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제시스는 존재하지만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가상현실의 개념과 흡사하다”며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사람들의 현실이 가난하고 비좁기 때문에, 현실에 머물 공간이 없어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로 도망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가상현실과 현실이 철저히 분리돼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류는 하지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에 관해 송 기자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인간과 오아시스 안의 아바타를 다른 질감으로 표현해 구분한다”며 “다른 세상을 인정하고 양립시키는 게 메타버스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에서 할리데이는 ‘현실은 진짜다(Reality is Real)’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현실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이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서 오아시스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맥락에서 언급한 문장이다.

송 기자는 “사실적인 게 사실이 아닐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며 “보고 듣는 일의 핵심은 즐거움이며, 부차적인 건 그 과정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끝으로 “메타버스를 낯설어할 필요는 없다”며 “무엇을 진짜로 느끼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에너지를 쏟을 만큼 재밌는가, 상상력은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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