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미국 뉴욕주 상원 공식 트위터 갈무리
출처=미국 뉴욕주 상원 공식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 뉴욕주 상원에서 가상자산 채굴(마이닝)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3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뉴욕 주의회 상원에서는 36대 27의 표차로 탄소 기반 전력을 사용하는 작업증명(PoW) 기반의 가상자산 채굴 작업을 2년 동안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정교한 장비와 많은 전기가 필요한 작업 증명 채굴은 사실상 비트코인과 동의어다. 법안은 현재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의 서명을 앞두고 있다. 만약 시행이 된다면 뉴욕은 미국 최초로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는 주가 된다. 

또 신규 사업자에 대한 허가는 향후 2년간 보류된다. 뉴욕주 의회의 이번 비트코인 채굴 금지 법안 배경에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85%를 감축해야하는 뉴욕의 에너지 전환 목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뉴욕주는 저렴한 수력 발전 에너지원으로 인해 오랫동안 암호화폐 채굴 사업의 매력적인 장소로 여겨져 왔다. 채굴 회사들 또한 채굴을 위해 오래된 석탄과 가스를 사용하는 시설들을 용도 변경했다. 하지만 최근 지역 입법자들과 환경 단체들이 주에서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그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작업증명 방식은 고성능 컴퓨터로 복잡한 수학 연산을 해결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보안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 작업을 수행하는 채굴자에게는 보상으로 비트코인이 주어진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채굴은 복잡한 문제를 연산작업을 통해 해결하는 작업증명(PoW) 방식을 사용하며,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투입하는 만큼 전력 소모가 많다. 이는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이어져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국가 차원의 입법자들도 암호화폐 논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 비트코인 채굴의 에너지 사용과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커스틴 길리브랜드 뉴욕주 민주당 상원의원과 신시아 럼미스 와이오밍주 공화당 의원이 진행 중인 종합법안에도 암호화폐 채굴로 인한 에너지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CNBC는 보도했다. 

뉴욕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하면 에너지 집약적 관행에 대한 미국의 가장 중요한 규제 중 하나가 된다.  그간 세금 혜택과 덜 제한적인 규제로 채굴 기업들의 이전을 구애해 온 텍사스나 조지아 같은 주들의 정책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호출 뉴욕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외신은 전망했다. 

이번 뉴욕주의 조치에 암호화폐 업계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미국 내 디지털 자산 및 블록체인 산업을 대표하는 협회인 디지털 상공회의소(Chamber of Digital Commerce)의 페리안 보링 회장은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페리안 보링 회장은 "국가의 중대한 후퇴이며, 기술 및 국제 금융 서비스의 미래를 억누르는 악법"이라며 "해당 법안은 일자리 창출 정책에 역행하는 반 산업적인 법안이며 뉴욕주 경제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투자사 갤럭시 디지털의 채굴 담당 이사인 아만다 파비아노 역시 반대 의사를 밝히며 "뉴욕주가 다른 주들이 따를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만들고 있다"면서 뉴욕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를 권고했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뉴욕 주 내 발전량의 3분의 1은 재생 에너지로 생산되며, 주에서는 로키 산맥 동쪽의 다른 주보다 더 많은 수력 전력을 생산한다. 게다가, 뉴욕주는 추운 기후를 가지고 있어 암호 채굴에 사용되는 컴퓨터의 뱅크를 식히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적게 들어간다. 뉴욕에는 많은 버려진 산업 기반 시설도 있어 용도 변경이 무르익었다는 게 암호화폐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최근 채굴 금지법 추진이 알려지자 관련 산업의 이탈 현상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화폐기업인 파운드리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1월 말 사이에 비트코인 채굴 네트워크에서 뉴욕주의 점유율이 20%에서 10%대까지 떨어졌다. 파운드리 측은 채굴업자들이 예상되는 단속을 앞두고 지난해 뉴욕을 떠나 와이오밍과 텍사스 주와 같은 우호적인 정치적 관할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KB증권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약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PoW 방식의 암호화폐 채굴은 갈수록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창배·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환경 문제가 핵심으로 논의되는 만큼 수많은 코인들이 저전력 소모방식의 합의 알고리즘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이더리움 2.0은 8월까지 PoW보다 90% 이상 적은 전력을 소모하는 지분증명 (PoS) 방식으로 전환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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