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후 취임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후 취임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정부의 첫 금융감독원장으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모펀드 사태 관련 분쟁조정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 내정된 것은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시험에 동시 합격했으며,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을 역임하는 등 검찰 내 금융·경제 수사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금융위는 “이 내정자는 검찰 재직 시절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 업무에 참여해 경제정의를 실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준법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소비자보호 등 금융감독원의 당면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의 요직에 검찰 출신이 연달아 임명되면서 ‘검찰공화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금감원을 검찰 출신이 이끌게 되는 만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모펀드 사태 해결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3월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헬스케어·헤리티지 등울 5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분쟁조정을 상반기 중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와 독일 헤리티지 펀드의 경우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지 약 2년이나 지난 올해 4월 20일 처음 분쟁조정위원회가 개최됐지만 결국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 펀드는 지난 2017~2019년 하나은행을 통해 약 1500억원 가량 판매됐으며, 2019년 말부터 환매가 중단돼 현재 피해 규모는 약 1100억원, 피해자는 500여명에 이른다. 

판매사인 하나은행은 투자원금의 70%를 선지급하기로 했으나, 피해자들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주장하며 전액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분조위는 1차 회의에서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일정을 협의해 다음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다. 대신증권이 판매한 라임 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모펀드 사태 관련 분쟁조정이 1차 회의에서 결론이 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아예 분조위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 펀드는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신한금융투자 등을 통해 판매됐으며, 전체 판매금액 5278억원 중 5072억원이 미상환된 상태다. 피해자 구모는 약 2000여명에 달한다. 

이 밖에도 1조원이 넘게 판매된 젠투 펀드나 더플랫폼 아시아무역금융 펀드 등의 조사 및 분쟁조정 절차도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게다가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의 경우, 지난해 분쟁조정이 마무리됐지만 피해자들이 전액 반환을 요구하고 있어 여전히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굵직한 사모펀드 사태 관련 분쟁조정 및 조사 절차가 계속 지연되면서 금감원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와 사모펀드 사태 피해자들은 분쟁조정 절차가 피해자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분조위원 구성이 금융사 측에 편향됐다며 ‘깜깜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7일 논평을 내고 “현재 금감원 분조위원에 금융회사 사외이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점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분조위원이 조정 당사자인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면 금융회사에 편향된 입장을 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정의연대는 또한, “분조위가 비공개로 진행되다보니 피해자들은 분쟁조정 내용에 대해 알 수가 없고 결과가 나오면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금감원은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고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이어 “분쟁조정 과정에서 분조위원부터 회의 내용 등 과정이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는 탓에 피해자들은 더욱 고통을 받아왔다”며 “금감원은 분쟁조정이 끝난 후 분조위원 명단과 선정기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와 국회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을 통해 분조위원의 사외이사 겸직 등 불공정한 조항들을 개정하여 분쟁조정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 정부 또한 기존 분쟁조정 절차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금감원 분쟁조정제도 개편을 선정하고 ▲신속상정제도(패스트트랙) 도입 ▲분조위 내 소비자단체 위원 비중 확대 ▲분쟁조정 담당 인력 확충 ▲분조위 독립성 강화 등의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의 새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사모펀드 사건 관련 피해자들의 기대도 모으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8일 취임 직후 출입기자들과 만나 “사모펀드 관련된 것은 개별 단위 펀드 사건별로 다 종결되고 이미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사회 일각에서 여러가지 문제 제기가 있는 만큼 금감원이 시스템을 통해 들여다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해 보겠다”고 밝힌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