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여의도 본사 사옥. 사진=산업은행
산업은행 여의도 본사 사옥. 사진=산업은행

[이코리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국책은행장 인선은 뚜렷한 청사진 없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KDB산업은행은 다른 국책은행과 달리 이동걸 전 회장 퇴임 이후 공백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어, 대우조선해양·KDB생명보험·쌍용자동차 등 시급한 재매각 작업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산업은행은 최대현 수석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동걸 전 회장이 지난달 9일 퇴임한 뒤 한 달째 후임 회장 인선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은행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부산 이전 등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산은이 구조조정을 맡은 KDB생명보험, 대우조선해양, 쌍용자동차 등의 재매각 작업이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제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에디슨모터스가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이 해제되면서 매각 전망이 불투명해졌으나, 최근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재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는 KG그룹과 파빌리온 프라이빗에쿼티(PE)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 예정자로 선정된 상태다.

하지만 KDB생명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재매각 절차가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하다. 앞서 산은은 지난 2020년 12월 JC파트너스와 KDB생명 지분 92.73%를 2000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했으나, 지난 4월 20일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JC파트너스가 지난 2019년 인수한 MG손해보험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결국 자금조달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 JC파트너스는 지난달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실금융기관 지정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산은이 이미 계약 해제를 통보한 만큼 KDB생명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매각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 1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분과위원회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하기로 최종결정했기 때문. 두 기업이 결합할 경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을 독점해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매각이 무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79%에서 523.2%로 144.2%포인트나 급증했다. 재매각을 위해서는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지만, 산업은행 회장 인선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경영활동이나 자금조달에 나서기는 어렵다. 

KDB생명 또한 마찬가지다. KDB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해 말 168.9%에서 올해 1분기 158.8%로 10.1%포인트 하락하면서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KDB생명은 최철웅 사장의 지휘 아래 내실 다지기에 나서며 재매각을 준비하고 있지만, 금리상승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매각 절차를 신속하게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리더십 공백 해소가 시급하지만, 아직 마땅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때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의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최근 사모전문운용사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을 설립하면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긍정적인 점은 선결과제인 금융당국 인선이 재개됐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을 지명했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금융위원장 인선이 완료되면 산업은행 차기 회장 인선도 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금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인 만큼 절차상 시일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한 달째 계속되고 있는 산업은행 리더십 공백을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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