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당선 스티커를 부착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당선 스티커를 부착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 1일 실시된 제8회 지방선거가 여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언론은 이번 지방선거 승리로 윤석열 정부가 국정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는 동시에, 대통령선거에 이어 연달아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쇄신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지사 중 1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며, 5곳에 그친 더불어민주당과 큰 격차를 보였다. 지난 2018년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14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구·시·군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은 145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63명에 그쳤다. 특히,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수도권에서도 서울 8대17, 경기 9대 22로 격차가 컸다.

◇ 언론, “민주당 강경 노선에 유권자 등 돌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2일 보도된 ‘지방선거’ 관련 기사는 총 1309건으로 집계됐다. 지방선거 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핵심 연관키워드는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정부가 아닌 ‘민주당’이었다. 언론이 여당의 압승보다 야당의 패배 및 향후 대응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뜻이다.

실제 주요 일간지는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의 패배 요인을 분석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대선 이후에도 민주당을 주도한 강경파에게서 이번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을 찾는 매체가 많았다. 한국일보는 2일 사설에서 “0.73%포인트 격차가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는데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등 강경파들의 폭주는 거침없었다”며 “검찰에 대한 원한으로 가득한 분풀이식 검찰개혁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해 윤석열 대통령 탄생으로 이어졌건만, 반성은커녕 오히려 더 끝장을 보자는 식의 태도에 상식적인 유권자라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그나마 고개를 숙이고 쇄신을 외친 이는 20대의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며 “하지만 팬덤 정치와 내로남불을 극복하겠다는 박 위원장의 사과와 반성을 되레 ‘내부 총질’로 규정해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이 쏟아지고 당내 분란이 이어진 것은 민주당의 향후 쇄신 가능성마저 어둡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 이후 성찰과 쇄신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은 대선이 끝난 뒤 지방선거가 급하다는 핑계를 대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생략했다. 오히려 강성 지지층에 기대 무리한 행보를 거듭했다”며 “국민의힘이 극렬 지지자들만 바라보다 연전연패했던 것처럼 합리적인 중도 성향 유권자를 포용하지 못한 민주당은 결국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이제 민주당은 선거로 드러난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미래를 향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이번에도 잘못을 찾아내 고치지 못한다면 떠난 유권자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또한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또다시 싸늘한 민심을 확인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선거 참패부터 따지면 3연패”라며 “대선 후에도 명확한 반성과 쇄신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성 비위와 계파 갈등만 재연한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때이른 정치복귀도 효과를 보지 못했고, 송영길 전 대표의 연고 없는 서울시장 출마도 완패로 귀착됐다”며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동기부여를 하지 못한 것이 주된 패인이다. 167석 거야는 내로남불식 태도를 접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일 보도된 지방선거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2일 보도된 지방선거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 언론, “국민의힘 승리는 ‘허니문 효과’, 선거결과에 겸손해야...”

언론은 국민의힘에 대해 선거결과에 자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투표율(50.9%)이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낮았던 데다, 여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야당이 실책을 남발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2일 사설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민심이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견제보다 지원이 필요하다는 걸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실 이전 논란과 이어진 인사 실패 논란으로 불안정하게 출발한 윤석열 정부로선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그렇다고 승리감에 도취할 일은 아니다. 대부분 지역에서 표차를 늘렸다곤 하나 투표 참여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라며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성과에 따라 앞으로 얼마든 표심이 요동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승리에 겸손해야 한다. 자신들이 잘해 국민 지지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부터 이번 승리를 오독하면 안 된다. 한미 정상회담 등을 거치며 국정 지지율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1기 내각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컸다”라며 “문재인 정권에서 볼 수 있듯 승자의 오만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때론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전히 입법 권력을 쥐고 있는 야당과의 협치 노력을 등한시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는 저조한 투표율도 “심상치 않은 민심의 지표”라고 해석했다. 동아일보는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투표를 포기한 것 자체가 여야 정치권에 ‘무언의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여든 야든 모두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낮은 투표율이 어느 쪽에 더 유리했는지에 대한 분석을 떠나 진짜 민심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세대별·연령별 출구조사 결과 등을 보면, 이번 결과는 새 정부에 일단 힘을 실어주고 기대에 부합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표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지방선거 결과를 “일종의 허니문 효과”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이어 “이를 논란이 거셌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고위 공직자 인선, ‘한동훈 법무부’ 강화 등에 대한 ‘추인’이나 ‘묻지마 지지’로 해석해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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