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나무의 붉은 열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닥나무의 붉은 열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이코리아]  올해는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유독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와 여름의 시작을 알렸다. 우리나라 나무 중 나무 이름 보다 나무를 이용해 만든 산물이 더 유명한 것이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닥나무이다.

닥나무는 나무의 줄기를 꺾으면 ‘딱’ 소리가 난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닥나무 줄기 바깥쪽의 나무껍질과 안쪽의 딱딱한 목질부 사이에서 추출한 인피섬유를 이용하여 만든 종이가 바로 ‘한지’이다. 닥나무로 제조된 전통 한지는 중성지로서 보존력이 매우 뛰어나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나라의 기록 유산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왔다.

특히 최근에는 한지의 보존성을 인정받아 9세기 코란 복원에도 사용되는 등 세계 문화재 복원 시장에서 중요한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에는 다소 복잡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최근 유전자분석 연구를 통해 닥나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부모나무에서 유래된 교잡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닥나무의 암꽃(암수딴그루).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닥나무의 암꽃(암수딴그루).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닥나무의 부모나무 중 하나는 꾸지나무이다. 꾸지나무는 우리나라 울릉도, 남부지역에 자라는 나무로 중국과 일본, 대만에도 분포한다. 꾸지나무는 나무높이가 10m 이상으로 자라는 키큰나무로 은행나무처럼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나무에 달리는 암수딴그루이다. 암꽃은 동그란 원형의 모양에 긴 털이 수북히 나있는 형태이며 열매로 발달하면 붉은색으로 익는다. 반면 수꽃은 긴 원통모양의 형태를 띠고 있어 암꽃과 전혀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다.

닥나무의 껍질.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닥나무의 껍질.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닥나무의 부모나무 중 다른 하나는 애기닥나무이다. 애기닥나무는 꾸지나무와는 달리 나무높이가 1m 정도로 작게 자라는 키작은나무로 암꽃과 수꽃이 한그루에 달리는 암수한그루이다. 암꽃은 원형으로 긴 적자색 털이 수북히 나있는 모양을 띠고 있으며 수꽃은 둥근 원형으로 암꽃과 비슷한 모양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닷가에 자라는 꾸지나무의 모습.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바닷가에 자라는 꾸지나무의 모습.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닥나무는 부모나무인 꾸지나무와 애기닥나무를 잘 섞어 놓은 듯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닥나무는 나무높이가 3m 정도로 부모나무의 중간정도로 자란다. 닥나무는 대부분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고 잎자루가 긴 특징으로 꾸지나무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으나 암꽃의 겉에 적자색 암술대가 발달하는 것은 애기닥나무의 형태를 닮았다.

무엇보다 닥나무의 가장 큰 장점은 한지의 원료가 되는 인피섬유의 특징이 매우 우수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함께 분포하고 있는 꾸지나무와 애기닥나무 사이에서 자연 발생한 닥나무가 있었고, 이 나무의 섬유가 우수하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 조상들의 혜안이 합쳐져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꾸지나무의 암꽃(암수딴그루).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꾸지나무의 암꽃(암수딴그루).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애기닥나무의 암꽃과 수꽃(암수한그루).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애기닥나무의 암꽃과 수꽃(암수한그루).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닥나무, 꾸지나무, 애기닥나무는 우리 조상들과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온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우리나라 전통 한지의 우수성을 보전하고 발전시키는 노력과 더불어 한지의 재료인 닥나무 3형제를 보전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에서는 전통한지의 원료인 닥나무의 증식기술 개발과 더불어 전통한지 이용의 원천기술을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에는 수령 60년, 나무높이 8.5m, 가슴높이 둘레 165cm에 달하는 국내 최대 크기의 닥나무를 발견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시험림으로 이식하여 관리하고 있다. 다가오는 무더운 여름, 우리 문화와 산을 지키고 있는 닥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어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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