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광주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 설치된 서구선거관리위원회 개표소에서 개표요원들이 투표지분류기를 점검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광주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 설치된 서구선거관리위원회 개표소에서 개표요원들이 투표지분류기를 점검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제8회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여성 후보 등록자의 수는 늘어났지만, 여전히 정치영역에서의 성평등을 이루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코리아>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보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번 지방선거에 등록한 후보(국회의원 제외) 7558명 중 여성 후보(2153명) 비율은 28.5%로 지난 2018년 열린 7회 지방선거(25.2%)에 비해 3.3%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또한 2018년 6.5%에서 올해 20%로 13.5%포인트 증가했다. OECD 국가의 여성 의원 평균 비율인 31.6%(2021년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점차 여성의 정치참여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여성 후보 비율 증가는 그저 ‘눈속임’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광역·기초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 지방의회 비례의원 등으로 항목을 나눠보면 여성 후보가 지방의회 비례의원에 과도하게 집중돼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55명 중 여성 후보는 불과 10명(18.2%)에 불과하다. 구·시·군 등 기초단체장 후보 568명 중 여성은 겨우 33명(5.8%)뿐이다. 시·도의회 및 구·시·군 의회 의원 후보(비례 제외) 또한 여성 비율이 각각 16.8%, 22.9%에 그쳤다. 모든 항목에서 전체 후보 중 여성 비율인 '28.5%'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가 나온 것. 지방의회 비례의원 후보를 제외하면 전체 후보 중 여성 후보 비율(국회의원 보궐 포함)은 20%까지 낮아진다.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단 1명의 여성 후보만을 공천했으며, 국민의힘은 2명이었다. 기초단체장 또한 민주당은 6.5%, 국민의힘은 5.1%로 대동소이했으며, 시·도의회 및 구·시·군의회 의원 중 여성 비율은 민주당이 각각 21.6%, 28.3%로 국민의힘(12.6%, 20.9%)보다 높았다. 

반면 진보 정당들은 여성 후보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정의당은 7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냈는데 이 중 여성이 4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지방의회 비례의원을 제외한 광역·기초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국회의원 보궐 후보 중 여성 후보 비율은 39.4%로 민주당(24.7%)은 물론 국민의힘(17.5%)의 두 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녹색당 또한 광역단체장 후보 1명, 시·도의회 의원 후보 1명, 구·시·군의회 의원 후보 3명 등 총 5명의 여성 후보를 등록했는데, 이는 녹색당이 등록한 전체 후보(9명)의 절반이 넘는다. 진보당은 126명의 후보 중 정확히 절반인 63명의 여성 후보를 등록했다. 

대부분의 정당은 여성 후보 비율을 높이기 위해 지방의회 비례대표 후보 여성을 집중 등록했다. 실제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한 906명 중 여성 후보는 771명으로 85.1%를 차지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 중 여성 비율은 70%,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는 90.1%였다.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86.4%, 국민의힘이 82.8%였으며, 정의당 83.1%, 기본소득당 94.7%, 녹색당 87.5%, 진보당 90.4% 등이었다.

비례대표 후보를 제외해도 50% 가까운 여성 후보 비율을 보인 군소 정당과 달리, 거대 양당의 행태는 여성 표심을 의식한 ‘꼼수’에 가깝다. 공직선거법 47조 3항은 국회의원선거 및 지방의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중 여성을 50% 이상, 전체 지역구 의석에 대해서는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추천하도록 했다. 하지만 광역·기초단체장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비례대표 후보에 여성을 집중적으로 등록해 기준만 충족하고, 핵심적인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여성 후보를 배제해도 된다는 것이다. 진보 정당이 여성 후보를 다수 공천해도,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 구도에서는 성평등 의제가 논의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때문에 여성 공천할당제를 더욱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2일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시 공천할당제를 비례대표 의석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 대해서도 의무화하되 특정 성별이 전체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의 후보 공천 시 할당제를 적용하되 특정 성별이 전체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21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19%로 국제의회연맹 기준 세계 190개국 중 121위에 해당한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여성의원 비율인 25.6%(2021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21대 국회의 비례대표 의원 47명 중 여성의원은 24명으로 59.6%를 차지하지만, 지역구 의원 중에서는 253명 중 29명으로 11.5%에 불과하다. 여성 공천할당제가 비례의석에만 적용돼 여성의 정치참여율 제고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권위는 “성별할당제가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현행 법령상 임의규정으로서의 할당제는 그 실효성이 떨어지고, 비례대표 의석수가 지역구의 15%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비례대표에 대한 공천할당제 만으로는 여성의원의 획기적인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와 각 정당이 공적 정치 영역에 명백히 존재하는 성별 불균형의 문제점을 인식하여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와 실질적인 평등을 이룰 수 있도록 공천할당제를 비례대표 의석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 대해서도 의무화하고, 각 정당은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당헌·당규에 명시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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