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전국에서 이뤄진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전세 거래량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4월 전국에서 이뤄진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전세 거래량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달 전국에서 이뤄진 임대차 거래 중 월세의 비중이 50%를 넘어 전세 거래량을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세 가격이 급등한 데다 대출 규제 조치,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월세가 증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국의 전월세 거래는 25만8318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가 50.4%를 차지해 전세 거래량49.6%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월세 거래량이 50%를 넘고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것은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1∼4월 누적 거래 기준으로 보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의 비중은 48.7%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5%포인트, 5년 평균과 비교해서는 7.1%포인트 각각 높았다.

월세 비중이 늘어난 것은 2020년 7월 도입된 '임대차 3법'의 영향이 큰 것으로 국토부는 분석했다. 

특히 작년 6월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된 이후 그동안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던 오피스텔과 원룸 등 준주택의 월세 계약 신고가 늘어나 월세 비중도 함께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올 들어 보다 강화된 대출 규제 조치와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까지 커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월세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 4월 125만4000원으로, 지난해 4월 이후 12개월 연속 오르는 추세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5월 서울 월세지수도 102.3으로 2016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세 등 실제 주거비는 전년 동기 대비 10% 올라 1분기 기준 2015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늘었는데 월세 가격까지 올라 서민의 가계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31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최근 잇단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이자가 많이 올라 대출이자나 월세나 별 차이가 없어져버렸다.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대출을 받아 비싼 이자를 내느니 차라리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분위기도 월세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전세가가 너무 오르기도 했고, 전세금을 회수 못하는 ‘깡통전세’ 같은 사례들도 있었다. 또 금리 상승 추세로 전세의 월세화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시장이 지역별로 온도차가 있다. 주택 공급이 많은 지역은 오히려 전세가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새 아파트로 가려는 수요 때문에 기존의 전세 수요가 그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월세가 많아진 건 금리 상승 외에 오는 8월이면 2년 계약갱신청구권제과 5%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도래한다. 임대인들이 그간 많이 오른 4년치 전세 가격을 한 번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월세로 많이 돌린 경향도 있다. 또 종합부동산세 부담으로 임대인들이 월세를 받아 세금을 충당한 수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 전문위원은 “앞으로도 월세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LTV가 80%까지 완화된 상황이라 내 집 마련 수요도 나타날 것 같다. 당분간 집값이 크게 오르지도, 하락하지도 않을 것이라 자금력이 되면 주택 매입전환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괜찮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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