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 갈무리
사진=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발언해 주목을 받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5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인구 붕괴(Population collapse)는 문명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며 “한국과 홍콩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어 “대체출산율이 2.1명이라는 점을 명심하라”며 “만약 출산율이 이 상태로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의 인구는 3세대 안에 현재의 6% 수준까지 감소하고 인구의 대부분은  60대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국의 인구는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한국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으며 3세대 후에는 현재의 6% 수준인 약 310만명까지 하락한다는 머스크의 예견은 사실일까? 우선 출산율로 보면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임은 명확하다. 실제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난달 1일 발간한 2022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합계출산율)은 1.1명으로 조사대상 198개국 중 가장 낮았다. 지난 2020년 보고서에서 처음 꼴찌로 떨어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올해 보고서까지 3년 연속 최하위를 차지했다.

머스크가 인용한 자료에서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나오는데, 이는 세계은행이 지난 2020년 발표한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통계청이 가장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더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여성이 2.1명의 아이를 출산해야 하며 이를 대체출산율이라고 한다. 2명이 아닌 이유는 아이의 사망률과 자연적인 남녀 성비(105:100)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지난 1983년 처음으로 대체출산율 이하인 2.06명으로 떨어졌으며, 이후 계속 하락해 2018년 1명대 아래로 감소했다. 한국의 인구는 지난해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지만, 출산율 기준으로 보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감소를 겪을 것이라는 머스크의 주장은 틀렸다고 볼 수 없다.

 

2017~2117년 시‧도별 총인구 및 구성비.(단위: 만 명, %) 자료=감사원
2017~2117년 시‧도별 총인구 및 구성비.(단위: 만 명, %) 자료=감사원

◇ 한국 인구, 3세대 안에 300만명으로 감소?

그렇다면 3세대 안에 한국 인구가 현재의 6% 수준인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머스크의 주장은 어떨까? 한 세대를 약 30년이라고 보면, 머스크의 말대로라면 2112년에는 한국에 약 310만명 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머스크의 예상이 맞는지를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기관에서 발표한 관련 보고서를 통해 대략적인 인구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5136만명이었던 한국 인구는 100년 뒤인 2117년 1510만명으로 70.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가 예상한 수치보다는 약 5배 많지만, 충격적인 결과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는 2018년 합계출산율(0.98명)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추산한 것으로, 출산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최근 추세를 고려할 때 100년 뒤 한국 인구는 감사원 예상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다만,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 인구 추계에는 불확실성이 큰 데다 정부 정책이나 경제·사회적 변화에 따라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구 감소가 계속된다면 현재의 이민정책이 더욱 수용적으로 바뀔 수 있다. 이주자 유입 증가로 인해 한국의 인구 규모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머스크는 지난 2019년 제2회 세계 인공지능회의에서 마윈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와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민은 어디서 받나?”라고 말하며 이민은 해답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 문제는 일부 선진국의 문제다. 유엔 경제사회국은 지난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100년까지 계속 증가해 108억7539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2022년), 아시아(2057년),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2059년) 지역은 특정 시점부터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되겠지만,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민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전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이민은 어디서 받나?”라는 머스크의 주장은 아직 기우인 셈이다. 

◇ 인구감소는 재앙? 적절한 고령화 대책 필수

머스크의 발언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인구가 감소한다”는 예측이 아니라 “인구 감소는 재앙”이라는 주장이다. 머스크는 인구 감소가 왜 인류에게 재앙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규모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그렇다면 인구가 감소할 경우 우리 경제는 얼마나 큰 타격을 받게 될까?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OECD국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구학적 요인은 생산가능인구, 특히 30~64세 연령층의 감소다. 보고서는 지난 1960년부터 2019년까지 OECD 회원국을 분석했는데,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고 30~64세 비중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3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구가 1%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은 0.18%포인트 상승해 총 인구 규모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자동화의 도입으로 고령층의 노동생산성과 노동참여율이 모두 향상되면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이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2000년 이전 대비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핵심노동연령층과 고령층 간의 노동생산성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한 인구감소 및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OECD 국가들은 대부분 적극적인 이민 정책과 자동화,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참여율 제고 등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왔다. 예산정책처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경제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서 이에 대한 대응은 경제성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면서도 “다만 그 대응전략의 수립 및 추진에 있어 경제적 효과와 사회적 비용에 대한 균형있는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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