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 밀집상가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부동산 밀집상가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정부가 최근 공시가격 급등에 따라 늘어난 세금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또 올해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최대 80%로 올라가고, 청년·신혼부부들을 위한 50년 만기의 초장기 정책 모기지 상품도 8월에 새로 도입된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주택자 보유세 2020년으로, 재산세는 2년 전보다 더 낮춰 

이번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 중 주택시장과 관련한 세부방안은 보유세 완화, 거래세 완화, 금융접근성 제고, 이자부담 완화 등 총 4가지다. 

주거 안정 대책은 올해 1가구 1주택자의 부동산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산정 기준으로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종부세의 경우 현재 10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공시가격이 2021년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이 비율까지 조정하면 세 부담을 2020년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가파른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어려워진 민생 문제를 다독이고, 하반기 도래할 주택 관련 보유세(재산세·종부세) 급증 민원을 의식해 세부담 완화 시그널을 조기에 시장에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올해 1주택자 재산세는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한다. 이에 따라 올해 공시가격 6억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 재산세는 80만1000원에서 72만8000원으로 줄어, 지난 2020년보다 적은 세금을 내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재산세율은 공시가 9억 이하 1세대 1주택자에게 구간별로 0.05%포인트씩 깎아주고 있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세액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2021년 수준으로 내리기로 했다”며 “재산세 부담이 줄어드는 6억 이하 가구는 1주택자의 약 91%인 896만호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또 이보다 비싼 주택에 살고 있으면 지난 2020년보다는 많은 세금을 내야하지만 당초 부과 예상액보다는 부담이 줄게 된다. 올해 공시가 12억5800만원인 주택의 재산세는 원래 392만4000원이지만 325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보유세의 한축인 종합부동산세는 작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한편 현재 100%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낮춰 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키로 했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인하되면, 다주택자의 세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8월까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하 안을 확정하고, 재산세·종부세 패키지 감면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및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종부세법상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100% 범위에서 정부 시행령으로 바꿀 수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95%로 동결하고 추가 인하한다는 공약을 세운 바 있다.

이와 함께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도 수정해 과도한 국민세금 부담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수정계획을 연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11월,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공시가격을 반영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연구용역을 6월 중 착수하고 이를 토대로 관계부처 협의와 전문가 검토, 공청회 등을 거칠 예정이다. 바뀐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내년인 2023년 공시부터 적용된다. 

이날 발표에는 일시적 2주택자 취득세 중과배제 인정 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은 5월 중으로 마무리하는 거래세 완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일시적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새집을 샀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종전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에 전입해야 한다는 규정은 유지하기로 했다.

30일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 주요 내용. 자료=기획재정부
30일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 주요 내용. 자료=기획재정부

◇생애최초주택구입 LTV 완화·DSR 장래소득 반영 확대

아울러 올해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지역·주택가액별로 60~70%로 적용되던 LTV 규제가 80%까지로 완화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5억원짜리 아파트를 처음 산다면 기존에는 LTV 60%를 적용받아 3억원을 대출할 수 있었지만 3분기부터는 LTV가 80%까지 적용돼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지난해 7월 도입했던 'DSR 미래소득 반영 가이드라인'은 청년층이 대출할 때 미래 소득이 정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된다. 

대출 신청일 기준 무주택 근로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시 만기 10년 이상의 비거치식 분할 상환 대출을 적용하고, 기존의 연령대별 급여 산정에서 평균 소득 증가율 산정으로 바꿔 미래 소득이 상향 조정된다. 예를 들어 현재 연령대별 급여 산정의 경우 20~24세 급여 100만원, 25~29세 급여가 150만원 등 연령별로 도식화돼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20~24세의 경우도 대출 만기를 10~14년, 15~19년, 20년 이상으로 나눠 평균 소득증가율을 산출한 뒤 최근 연도 소득에 반영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출 가능액이 늘어나게 된다. 

최근 주택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추세를 고려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50년 초장기 모기지도 도입된다. 기존 보금자리론과 적격 대출의 최장 만기는 지난해 7월 청년·신혼 부부 대상으로 한정해 도입된 40년 만기 모기지였다. 

오는 8월에 50년 초장기 모기지가 도입되면 5억원 대출 시 금리를 4.4%로 가정한다면 40년 만기는 월 상환액이 222만원이지만 50년 만기를 적용하면 206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안심 전환 대출 등을 통해 이자 부담도 완화된다. 고금리·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고정 금리로 바꾸기 위해 20조원 규모의 서민 안심전환 대출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대출은 소득 7000만원 이하 가구가 대상으로, 가구당 대출 한도는 2억5000만원이며 금리 인하 폭은 최대 30bp(1bp=0.01%포인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0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보유세 부담 경감책은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에게 선별 집중되면서,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시장 양극화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면서 “강남권, 한강변, 우수학군 및 학원가 주변, 교통망 확충 예정지, 5년 이하 신축 등의 주택 1채 키워드가 선호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거래세 완화 영향과 관련해서는 “인천, 대구, 부산 등 입주량이 많은 지역의 집값 조정과 최근 1순위 청약경쟁률 둔화, 수도권 주택가격 정체 현상 등을 고려하면 출회된 매물이 소화되면서 거래량이 회복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면서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고 주택가격이 약세라 단기 차익 기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가 거래량 회복에 큰 힘을 보태진 못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함 랩장은 “생초자 LTV를 완화하더라도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과 주택가격 정체로 인해 지난해만큼의 주택 구입열풍이 재현되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금리인상 추세에 50년 만기 구조로 인해 원금보다 이자가 더 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오는 7월 갱신계약 종료로 인해 국지적으로 전세가격이 불안한 지역이나 아파트 입주량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 내 집 마련 수요가 일부 발현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 공시가격 적용부터 전례 없는 사안이지만, 유주택자들의 부담을 단 돈 만원이라도 줄인다는 것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내년, 내후년 등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지금부터 필요하다. 향후에 세법·세율 자체를 손보는 것도 좋은 그림”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작년부터 적용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매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으므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게 맞다”면서 “공시가격과 시세 차이를 줄이자는 주장은 시세 산정기준이 명확치 않다. 실제 가치보다 공시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일부 고가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제기된 것이다. 이런 맥락이라면 고가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시세에 근접시키는 것이 정책 목표로서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SR 산정 시 미래소득 반영폭 확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무적인 차원에서는 평가가 다를 수 있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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