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3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언론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역량을 비판하면서도, 보건복지부 장관 인선 지연에 따른 방역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정 후보자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지난 3일 자진 사퇴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이후 두 번째다. 

정 후보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이후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특혜 및 새마을금고 이사장 무단 겸직 등 각종 의혹에 시달려왔다. 정 후보자는 “수많은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행위가 밝혀진 바가 없으며,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들의 제시를 통해 이러한 의혹들이 허위였음을 입증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사실과 별개로,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제기되고 있고, 저도 그러한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 정 후보자 사퇴, 핵심 키워드는 ‘윤석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정호영’을 검색한 결과, 사퇴를 선언한 지난 23일부터 오늘(25일)까지 307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정 후보자가 사퇴 입장을 밝힌 23일 가장 많은 148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정 후보자 자진 사퇴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였다. 이는 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개인적 의혹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도덕적 정당성과도 연관된 사안으로 인식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언론은 정 후보자의 사퇴 덕분에 이제 막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공정성 논란에 따른 부담을 덜어냈다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는 24일 “한미정상회담 끝나자마자… ‘정호영 암초’ 털어낸 尹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야권에서 '제2의 조국 사태'로 명명할 정도로 인사청문과정에서 불거진 자녀 문제가 2030 정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 문제를 건드리면서 6·1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며 “민주당과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하는 국민의힘도 사퇴 압박에 동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원구성 협상, 추경안 처리 등 민주당과 풀어나가야 할 원내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정 후보자가 '암초'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의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한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지난주 참모들에게 “야당이 먼저 (한덕수 국무총리를) 인준해 준다면 나도 어떻게 (정 후보자와) 그냥 가겠느냐”고 말했다며, “정 후보자가 결국 사퇴로 입장을 정리한 데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동아일보를 통해 “윤 대통령이 직접 정 후보자에게 거취를 정리해 달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한 인사를 통해 지난주 중반부터 정 후보자를 설득해 왔다”고 밝혔다.

 

23~25일 보도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23~25일 보도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 언론, 정 후보자 사퇴 따른 방역공백 우려... 여성 후보자 발탁 조언도

언론은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이미 예견됐던 불가피한 결과라고 바라보고 있다. 동아일보는 24일 “정호영 43일 만의 사퇴가 남긴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어떤 과정을 거쳤든 민주당이 총리 인준에 협조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지는 게 상식이고 순리였다”며 “윤 대통령이 임명 강행 수순을 밟을 경우 국민들 눈에는 독선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보건복지부는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특별히 강조한 ‘연금개혁’ 주무 부처”라며 “임명 전부터 자격시비에 휩싸여서는 그 자체가 개혁의 장해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또한 “정 후보자는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아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학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서를 이듬해 전형에 그대로 제출해 합격한 것이나 딸이 특정고사실 구술평가에서 만점을 받는 등 의혹은 계속 이어졌다”며 “비록 사퇴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실체가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 사퇴로 인한 방역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3주째 이어져 온 복지부 장관 공석 사태가 길어지게 됐다”며 “윤석열정부 국정운영 1순위 과제 중 하나인 코로나19 대응 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코로나 유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면역 감소·신규 변이 유입 등으로 올여름 재유행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복지 행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대한 빨리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또한 23일 기사에서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결론이 나면서 보건복지부 수장 자리는 또다시 공석이 됐다”며 “복지부 내부에선 당장 포스트 오미크론에 맞춰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 등을 포함해 안착기 전환 시점을 결정해야 하는데, 수장이 없는 상태라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새로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실제 임명되기까지는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김인철·정호영 두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생긴 공백을 여성 후보자로 채워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 부족한 ‘다양성’을 확보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울신문은 25일 사설에서 “공정 등에 흠결이 있어 탈락한 교육·복지 장관 두 자리에 여성 후보를 발탁할 것을 제안한다”며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서 여성 장관은 3명뿐이다. 총리를 포함해 국무위원 19명의 15%에 불과하다. 남은 두 장관을 여성이 채워도 30%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전문성과 능력만큼이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국제적 기준의 다양성 확보는 안정적 국정운영의 기반이 된다. 지역과 성별 안배는 그래서 당연하다”며 “국무위원 중 여성의 비중이 현저히 낮아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처럼 외신기자에게 질문받는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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