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상승 시나리오별 가계 재무건전성 변화.(단위: 연간, 만원, %) 자료=현대경제연구원
대출금리 상승 시나리오별 가계 재무건전성 변화.(단위: 연간, 만원, %)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이코리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빅스텝’ 이후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점점 빨라지는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가계·기업의 부채 리스크도 높아지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25~0.5%에서 0.75~1.0%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몇 차례의 회의에서 0.5%포인트 추가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6~7월에도 추가 빅스텝이 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미 지난해 8월 이후 다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 또한 미국의 추가 빅스텝에 따른 금리역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한은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1.75%로 만장일치 결정할 전망”이라며 “한국 물가는 실제와 기대 모두 올라가고 있어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수록 가계·기업이 느끼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2일 발표한 ‘대출금리 상승이 가계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내 가계부채가 양적으로 크게 누증되고 부채의 질 악화도 우려되는 가운데 최근 시장 금리 상승 기조가 강화되면서 가계부채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0.5%포인트, 1%포인트, 2%포인트 상승할 경우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이자비용 및 부채상환비율(DSR)을 분석했는데, 모든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이자비용이 증가해 상환부담은 확대됐지만 DSR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구주 특성별로 보면, 저소득층, 자영업자, 청년층 가구의 재무건전성은 크게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이자비용이 적은 수준이었지만 소득수준도 낮아 대출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면 DSR이 약 3.8%포인트 높아져 다른 소득계층보다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가구 또한 대출금리 2%포인트 상승 시 이자비용이 210만원 증가하고 DSR은 약 3.4%포인트 상승해 상환 부담과 재무건전성이 모두 악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층은 대출금리 2%포인트 상승 시 DSR이 2.9%포인트 높아지며 임계치인 40%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금리상승에 따른 기업의 부담 또한 적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감기업 1만7287개를 분석한 결과 금리인상이 계속될 경우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한계기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대상 기업 중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은 34.1%였지만, 금리변동으로 조달금리가 3%포인트 높아질 경우 47.2%(13.1%포인트)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기업 중 절반 가량이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

가계와 기업의 부채 리스크가 높아지는 만큼,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은행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적정 수준의 가계부채 양적관리 정책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고 원금 분할상환 비중을 확대해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권도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오는 9월 만료될 것을 대비해 장기 분할상환 조치를 도입하는 등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일부터 ‘코로나19 특례운용 장기분할 전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2020년 4월 이후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을 한 차례 이상 받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장 10년간 원금 또는 원리금을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 또한 분할상환 기간을 기존 유예기간의 3배(최장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으며, 유예이자 납부 기간도 총 유예기간의 5배 이내(최장 5년)로 늘렸다. 하나·우리은행도 통상 5년 분할상환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받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연착륙을 도울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