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 바이든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 바이든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이코리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2박 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임기 중 첫 아시아 순방을 한국에서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 성과에 대해 외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외신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대북정책의 변화다. 실제 지난 21일 한미 양국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서에는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해 연합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고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응해 필요 시 미군의 전략자산을 적절한 방식으로 전개하며 ▲북한의 다양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해 5월 발표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공동성명서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할 말이 있냐는 질문에도 “안녕”(hello)이라고 짧게 답했다. 북한과 ‘탑다운’(Top down) 방식의 협상을 펼치며 친밀감을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양새다.

미국 언론은 이번 방한에서 보여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토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다른 방식의 대북전략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NN은 21일(현지시간) “화려한 정상회담과 기념촬영으로 김 위원장을 부각시켰던 트럼프식 외교정책의 시대는 갔다”며 “그 대신 바이든 정부의 관료들은 한국과의 결속과 힘을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외교적 대화를 통한 점진적인 비핵화로의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그의 즉흥적이고 변덕스러운 성격이 반영됐다며 이를 ‘쇼맨 외교’라고 지칭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노력으로 북한의 도발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면서도 “북한에 핵 프로그램 중단을 설득하려는 실질적 노력은 정체됐고, 결국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했다. 

CNN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트럼프 정부와 달리 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상 간의 즉흥적인 만남을 통해 ‘빅딜’을 성사시키는 방식을 선호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달리, 실무진 차원의 협상을 통해 의제를 조율하고 주변 동맹국과의 협력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패트리샤 김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화려한 정상회담이나 빅딜보다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실질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정부와 전혀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21일 “‘러브레터’는 끝나고 군사훈련이 돌아왔다”며 “북한 독재자와의 연애를 통해 수 세대 간 이어진 북미 관계를 뒤집어버린 전임자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전략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되돌려놨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전 합의 없이 적대국을 만나지 않는다는 외교적 관례를 무시하고 김 위원장과 세 번이나 만났지만 북한의 핵무기를 억제하기 위한 영구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나 한국에 사전 경고 없이 주요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는데 동의하는 등 일방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NYT는 이어 익명의 바이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은 억제를 목표로 하는 대북전략으로 되돌아가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바이든 대통령도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열려있지만, 정상회담 전에 더 낮은 단계에서 실무진들이 외교적 의제를 조율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첫 공식일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것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CNBC는 23일 “한·미·일 세 나라의 공통 관심사는 반도체”라며 “바이든 정부는 미국이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려면, 아시아와의 경제적 연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이어 “한·미·일 정상들은 반도체와 관련해 중국을 언급하는 것을 피했지만,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도 의제에 올랐다” 이번 방한에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숨어있다고 전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아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그린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공급망과 반도체뿐, 중국에 대한 핵심기술의 수출 통제 및 대미 투자 등의 문제에 대해 미국과 아시아 각국 정상이 얼마나 의견이 일치하느냐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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