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올해 들어 전국 미분양 주택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대구·경북 지역은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1년 전과 비교해 48배 급증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월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2만7974가구로 한 달 전(2만5254가구)에 비해 10.8% 증가했다. 수도권은 2921호로 전월 대비 26.0% 증가했으며, 지방은 2만5053호로 전월 대비 9.2%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6개월 간 증가하는 추세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8월 1만4864가구에서 9월 1만3842가구로 줄어든 뒤 10월 1만4075가구에서 올해 3월 2만7974가구까지 6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 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분양시장이 호황기를 누리던 2021년 당시만 해도 ‘묻지마 청약’이라는 용어가 유행할 정도로 분양열기가 뜨거웠다. 상품성보단 당첨이 우선시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들끓던 부동산시장이 서서히 진정세에 보이면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요자들의 집값 고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인데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관망세가 짙어진 영향으로 미분양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도별 전국 미분양 주택수. 자료=국토교통부
연도별 전국 미분양 주택수. 자료=국토교통부

지방 일부 지역의 경우 공급 과잉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3월 말 기준으로 지방의 미분양 주택이 수도권의 8배가 넘는다. 대구와 경북의 미분양 주택은 각각 6527가구, 경북 6519가구로 두 지역의 미분양 주택이 전체의 46.8%나 차지한다. 특히 대구지역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1년 전과 비교해 48배나 급증하는 등 분양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의 미분양 주택이 180가구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한 달 전(47가구)과 비교하면 3.8배 늘었다. 2020년 3월부터 이어지던 미분양 주택 두 자릿수 기록이 깨졌다. 수도권 전체 미분양 주택(2921가구)도 한 달 전(2318가구)에 비해 26.0% 증가하면서 '청약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공급 부족인데다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은 되레 줄어드는 추세라 당장 큰 문제는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554가구로 지난달보다 3.8% 줄었고, 서울은 보합이다. 

반면 지방의 경우에는 올해 들어서도 인허가 실적이 지속해 증가하는 등 향후 공급 과잉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20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지역별, 입지별, 단지별로 양극화가 심화되다 보니 청약 수요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시장 전체적인 침체라기보다는 혼조세가 강해지는 추세”라며 “미분양 누적이 과다한 지방의 경우 조정지역 대상을 풀어 수요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춰줄 필요도 있지만 여전히 비규제 지역 수요자들이 있기 때문에 다각적인 고려를 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정부의 부동산 공약 중 시장의 불안을 조장하는 재건축 규제 완화보다 청약진입도가 높아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을 위해 추첨제 비중을 늘리는 제도 개선이 우선해서 나올 수 있는 대책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지만 과거 광역시 당 몇 만 가구씩 적체되는 건 아닌 만큼 당장 큰 문제는 아니라고들 말한다. 다만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 해소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사실 지방 중소도시는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호황이었다. 속초, 강릉, 충주, 아산 등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정부가 수도권 및 광역시의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서울·수도권 투자자들의 수요가 지방으로 분산된 것”이라며 “하지만 현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 및 세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시 그 수요가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를 지을 곳도 없고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분양을 미루는 추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진 과수요가 많았는데 시장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나 싶다. 자연공실률에 의한 아파트나 일반 매매시장의 조정도 있고 해서 지금 수준이 심각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미분양 적체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면 앞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든 실수요든 지역시세를 떠받쳐줄 수요가 있으면 가격추세가 지속되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된다”며 “‘똘똘한 한 채’라는 맥락에서 상급지에 대한 수요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주택가격 양극화는 앞으로도 점차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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