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여야 협치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는 언론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했다. 한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법무행정의 책임자로서,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정의와 법치주의를 굳건히 하기 위해 동료 여러분과 함께, 용기와 헌신으로 일하겠다”며 “소신을 가지고 정당한 업무수행을 한 공직자를 부당한 외풍으로부터 지키겠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윤 대통령의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한 장관 임명에 대해 “소통령’, ‘왕장관’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며 “야당이 뭐라고 하든, 국민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든 ‘주머니 속 장기말’처럼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이어 “야당과의 소통, 협치는 저 멀리 내팽개쳐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 국회를 어떻게 대할지, 야당과 어떻게 협치를 할 것인지, 정말 협치를 할 생각은 있는지 밝히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 한 장관 임명 관련 기사, 핵심 키워드는 '윤석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한동훈’을 검색한 결과, 한 장관이 임명된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총 974건의 기사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 장관이 임명된 다음날인 18일 가장 많은 392건의 기사가 집중 보도됐다.

한 장관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 키워드는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언론은 대체로 윤 대통령이 임명 전날인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협치’를 강조한 직후 한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민생 앞에서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라며 추가경정예산안 확정을 위한 야당의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한 한 장관의 임명이 바로 다음날 결정되면서 정국 경색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경향신문은 17일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초당적 협력’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며 “경색 국면이 장기화하면 여소야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도 난항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도 한 장관 임명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언론은 윤 대통령이 한 장관 임명을 강행한 만큼 한 총리 후보자의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일보는 17일 기사에서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부적격’ 판정을 내린 상태다. 더욱이 이날 한 장관 임명 강행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윤 대통령이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협치’ 의지가 하루 만에 휴짓조각이 됐다고 보고, 민주당이 대여관계에서 보다 강경하게 나설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7~19일 보도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17~19일 보도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 언론, “尹 정부, 검찰공화국 소리 듣게 될 것”

언론은 윤 대통령의 한 장관 임명에 대해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한 장관을 필두로 검찰 출신 인사가 새 정부의 요직에 다수 중용되면서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동아일보는 18일 사설에서 “한 장관의 임명은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검사 출신이 장관을 다시 맡게 되는 것도, 장·차관이 모두 검사 출신인 것도 박근혜 정부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라며 “대통령실의 민정과 인사, 총무 라인의 비서관급 6명 중 5명이 검사나 검찰 수사관 출신인데, 대통령 부부를 보좌하는 부속실엔 검찰 수사관이 3명 더 근무한다고 한다 ... 이러니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또한 19일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인사에서 예상대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라는 특수통이 전면 배치됐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이어 윤석열 사단의 전면 배치로 검찰은 사실상 대통령 직할체제나 다름없게 됐다. 검찰공화국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된 검사들이 줄줄이 퇴진하는 가운데 지역 안배나 여성 배려는 전혀 없고 윤석열·한동훈의 계보를 잇는 특수통에 방점을 뒀다”며 “윤석열 코드 인사로 검찰 독립성 훼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언론 “한 장관 임명 강행, 협치 걷어찬 것”

여야 협치가 출발선에서부터 어그러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겨레는 17일 사설에서 “놀라운 것은 윤 대통령이 불과 하루 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야당을 향해 ‘초당적 협력’을 여러 차례 간곡하게 요청했다는 사실”이라며 “그랬던 윤 대통령이 바로 이튿날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부를 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것은 협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진배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또한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이 누차 ‘협치의 전제’로 삼은 한 장관 인사를 윤 대통령이 밀어붙이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한 장관은 검찰 수사권을 축소·분리하자는 민주당을 향해 ‘야반도주를 벌이느냐’며 공격했고, 외려 검찰권을 강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를 이행하겠다고 맞섰다”며 “국정 동반자가 되어야 할 야당을 범죄집단으로 넘겨짚고 적개심을 표출한 것은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매체는 윤 대통령이 한 장관 임명을 강행한 만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은 재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는 18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들 중 정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은 한 총리 후보자 인준과 야당의 반발에 대한 대응 카드로 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권은 정 후보자 임명 보류를 일종의 타협 카드로 여기겠지만 문제 후보자를 빨리 정리하지 않고 정치 거래용으로 활용하려는 모양새로만 비춰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일보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한 장관 임명과 한 총리 후보자 인준을 결부시키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민주당이 한 장관 임명에 반발해 총리 인준까지 부결시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민주당 인사들을 수사한 데 대한 앙심으로 한 장관에게 과도하게 집착해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이 커질 수 있다”며 “야당의 반대 속에 강행된 한 장관 임명에 대한 평가는 결국 국민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또한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 가족의 부정 입학 문제 등을 수사하다 문재인 정권의 공격을 받게 됐다. 그로부터 ‘공정의 상징’으로 국민의 인정을 받아 대통령까지 됐다”며 “이 과정을 지켜본 국민의 시각에서 조 전 장관과 비슷한 의혹을 받는 사람이 윤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윤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으로 장관 후보자가 된 사람이라면 이제는 자진 사퇴함으로써 스스로 새 정부 출범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이 용기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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