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연내 증시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케이뱅크의 계획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실적이 급성장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의 긴축 기조와 암호화폐 시장 불황 등의 영향으로 IPO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16일 올해 1분기 24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0년만 해도 10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케이뱅크는 지난해 225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이익을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며 여러 차례 대출중단 사태가 발생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케이뱅크 반전의 가장 큰 원동력은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대거 고객으로 끌어들이면서 2020년 말 기준 219만명에 불과했던 고객 수가 지난해 말 717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 1분기 말에는 750만명으로 1분기만에 33만이 추가로 늘어났다. 고객 수 증가에 따라 수신 잔액 또한 2020년 3조7500억원에서 지난해 11조32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11조5400억원이다. 

업비트를 통해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도 쏠쏠하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업비트가 케이뱅크에 지급한 계좌서비스 이용 수수료는 292억4500만원으로 이자이익(1980억원)의 14% 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케이뱅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넘어서는 규모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으로 인해 다른 은행들의 대출 실적이 주춤한 동안,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규모를 늘린 것도 실적 성장의 원인 중 하나다. 케이뱅크의 여신 잔액은 2020년 말 2조9900억원에서 지난해 말 7조900억원, 올해 1분기 말 7조81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가계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1분기 말 기준 20.2%로 전분기 대비 3.6% 포인트 증가했다. 고신용자에 비해 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많이 취급한 만큼 케이뱅크의 순이자마진(NIM)은 2.34%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 1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이자이익은 82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놀라운 실적 성장세로 인해 케이뱅크의 연내 상장 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2월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씨티증권·JP모간을, 공동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하고 IPO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약 8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 5배 적용시 케이뱅크의 시가총액은 8조5000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IP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상반기 IPO 최대어로 꼽히던 통합보안업체 SK쉴더스는 지난 3~4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SK쉴더스 이전에도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대명에너지 등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주요 기업들이 상장 계획을 연이어 철회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IPO 시장이 급속도록 위축되고 있는 만큼, 케이뱅크의 공모 흥행 가능성도 기대보자 낮아졌을 수 있다.

케이뱅크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암호화폐 시장의 상승세가 최근 반전됐다는 점도 변수다. 특히 최근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의 하락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9일 오후 1시 현재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1.91% 하락한 2만924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때 6만7567달러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반년 만에 가치가 절반 이상 폭락한 셈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하락세로 인해 거래가 위축될 경우 업비트로부터 지급받던 수수료 수익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케이뱅크 수신 잔액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예치금이다.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수신 잔액의 절반 수준인 5.5조원 규모의 업비트 투자자 현금을 별도 보관하는 대신 대출 등 영업재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만약 암호화폐 하락세가 계속돼 투자자들의 자금 인출 수요가 몰릴 경우, 투자금을 별도 보관하지 않아 즉각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케이뱅크로서는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케이뱅크와 달리 농협은행(빗썸·코인원)과 신한은행(코빗)은 별도 계정에 투자금을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 산정 시 유력한 비교대상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도 케이뱅크의 IPO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8월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이후 대부분의 은행주는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카카오뱅크는 금리 인상 직전인 지난해 8월 25일 8만2100원에서 올해 5월 18일 3만9400원으로 50% 이상 폭락했다. 같은 업종의 대표 종목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IPO를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는 등 강력한 긴축 의지를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실적 개선과 환경 악화라는 상반된 조건 속에서 케이뱅크가 연내 상장이라는 목표 달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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