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마스크를 쓰고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마스크를 쓰고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북한이 최근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세를 보이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외신들은 북한의 취약한 의료인프라와 낮은 백신접종률 때문에 피해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14일 오후 6시부터 15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39만2920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코로나19 집계를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이달 15일까지 누적 발열자는 121만3550명, 누적 사망자는 50명에 달한다. 

문제는 북한의 코로나19 신규 발열자 수 증가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1만8000여명 수준이었던 일일 신규 발열자 수는 13일 17만4400여명, 14일 29만6180명, 15일 39만2920명으로 증가폭이 매일 10만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북한에서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과의 교역까지 차단하는 등 강력한 봉쇄조치로 대응해왔으며, 코로나19를 이유로 도쿄·베이징올림픽에도 불참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들어 2년이나 중단됐던 랴오닝성 단둥시와 신의주시 간 열차 운행이 재개되고 교역량이 대폭 늘어나기 시작한 만큼, 중국으로부터 오미크론 등의 변이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최근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 110주년과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4월 25일) 등을 맞아 마스크 없는 대규모 군중행사가 연달아 열렸다는 것도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북한의 취약한 의료인프라와 낮은 백신접종률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별도의 백신 접종 없이 국경 봉쇄만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왔다. 자가진단키트나 신속항원검사 도구 등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단도 충분하지 않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북한의 팬데믹 이후 약 6만4200명을 검사했는데 이는 한국의 하루 검사 건수보다도 적은 수치다. 북한은 ‘확진자’ 대신 ‘유열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명확하게 확진 여부를 가려낼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외신들은 북한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낮은 백신접종률이 문제다. ABC뉴스는 15일(현지시간) “북한은 만성적인 의약품 및 의료장비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으며, 주민들도 대부분 백신을 접종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19 확산으로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ABC뉴스는 “선진국에서 오미크론으로 인한 입원 및 사망자 수는 이전의 코로나19 변이보다 적었는데, 이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효과적인 중증치료시설 덕분이었다”며 “이 중 어느 것도 북한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CNN 또한 북한이 대규모 감염병 발병 사태에 대응할 의료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날 “북한의 취약한 의료인프라와 부족한 검사 장비를 고려할 때 다수의 코로나19 환자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의 투명성이 부족하고 정보를 공유할 의지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1년 탈북한 외과의사 최정훈씨는 지난 2006~2007년 홍역 사태 당시를 회고하며, 북한은 24시간 격리 시설을 운영할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따. 최씨는 2020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문제는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병원이나 격리시설에 식료품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탈출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외부 지원을 수용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저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정치, 군사적 고려 없이 언제든 열어놓겠다는 뜻을 누차 밝혀왔다”며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위협에 노출된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대북 의료지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북한 대외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비루한 외세 추종과 극악한 동족 대결, 무지스러운 불통과 독선, 추악한 배신과 부패의 상징인 윤석열과 그 일족의 새집에는 오히려 매국노의 집, 검찰 적폐의 집, 국민 재앙의 집이라는 문패를 걸어 주는 것이 제격”이라며 오히려 윤 대통령에 대한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만약 북한에 대한 백신 공급이 늦어질 경우 신종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오미크론이 처음 발견됐을 당시 의료전문가들은 백신 불평등이 계속된 신종 변이 발생의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백신 접종률이 낮아 바이러스 전파가 쉬운 환경에서는 잦은 감염으로 인해 변이가 발생할 기회도 늘어나기 때문. 실제 프랑수아 발루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유전학 연구소 교수는 오미크론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등으로 면역 체계가 약화한 만성 질환자의 체내에서 일어난 폭발적인 변이로 인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면역력이 낮은 환자가 많은 환경에서는 면역 저항이 덜하기 때문에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가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

실제 델타 및 오미크론 변이는 각각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당시 인도는 사실상 백신이 보급되지 않았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백신접종률이 불과 28% 수준인 상황이었다. 백신접종률이 0%에 가까운 북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또 다른 변이가 발생할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한편 통일부는 16일 오전 11시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위한 실무 접촉 관련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북한에 전달하려 했으나, 북측은 아직 통지문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북측이 우리 측의 보건‧방역 협력 제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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