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최저임금 시간급은 9160원이다. 자료=최저임금위원회 
2022년도 최저임금 시간급은 9160원이다. 자료=최저임금위원회 

[이코리아]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심의가 17일 시작된다. 올해 심의는 새 정부의 첫 최저임금으로, 향후 5년간 노동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강조해왔던 '업종별 차등 적용'을 두고 올해 심의는 그 어느 때보다 경영계와 노동계 간 격돌이 예상된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며, 전원회의는 최저임금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체다. 전원회의에서는 다음해에 적용될 최저임금 (재)심의 및 의결, 최저임금제도 발전에 대한 연구 및 건의, 운영규칙의 제정ㆍ개정을 심사하고 토의한다. 

최저임금의 차등지급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을 지역이나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지역·업종별 차등적용은 경영계의 오랜 요구다. 반면 노동계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업종별 차등적용만 가능하며,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1988년 한 차례 시행된 바 있으나 도입 1년 만에 폐지됐다. 

특히 업종별 차등 지급은 경영계의 오랜 주장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구분 적용을 언급하며, 줄곧 경영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했던 공익위원 9명이 현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점도 차등 적용을 현실화하는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후보시절 “지불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기업이랑 똑같이 맞춰 월급 올리라고 해보라”며 “저 4%(강성노조가 대변하는 노동자)는 좋아하지만 자영업자‧중소기업은 다 나가떨어지고, 최저임금보다 조금 적더라도 일하겠다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다 잃게 된다”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달 5일 최저임금 심의에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올해 국내 주요 기관에서 경제 회복세가 완만한 기조로 이뤄질 것이라고 하지만 소상공인과 영세 사업주들은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법적으로 보장된 업종별 구분적용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전향적으로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음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총은 2일 ‘최저임금제도 진단 및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1980년대 설계된 이래 30년 넘게 큰 변화없이 유지되어 온 최저임금제도를 우리나라의 높아진 최저임금 수준과 시대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된 노동시장 환경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발제에서 "2021년 업종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가 최대 52.9%에 달해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면서 "5인 미만 사업체의 높은 미만율(33.6%, 2021년 기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불능력 등을 고려한 5인 미만 사업체에 대한 구분 적용과 급속한 고령화 속도, 높은 노인빈곤율, 60세 이상의 최저임금 미만율을 고려해 고령근로자에 대한 구분 적용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결정 기준은 평균임금 인상률을 활용하되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 이내로 인상률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저임금 수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며 “올해 최저임금 정할 때 업종별 수준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논의를 생산적으로 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돈을 들여 연구 용역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은 현행법상 불가하다”며 “개인 생각으로도 지역별 차등적용이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업종별 구분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께서 심의해서 결정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경영계와 상반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근거 자체가 사문화한 제도라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가 경제규모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16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미 2018년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제도개선 TF가 발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지난 1988년 단 한차례 시행된 것은 노동의 질적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차등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컸기 때문”이라며 “최저임금위 역시 이러한 방향에 대해 공감하여 2022년 시급기준 9160원까지 인상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2018년 당시 최저임금위 TF는 지역별 구분 적용에 관해 ‘우리나라는 1일 생활권이고, 지역별 구분에 따라 노동력이 이동되어 지역 낙인효과가 우려되며, 지역별 노동력 수급의 왜곡과 국민통합 및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음’을 들어 일치된 의견으로 불가함을 밝혔다.

경실련 관계자는 “업종별 구분적용에 관해서도 TF의 다수의견은 ‘최저임금 취지상 업종별 구분 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려웠다’였고, 저임금 업종에의 낙인효과와 업종별 구분을 위한 기준 미비를 들어 반대했었다”고 설명했다. 또 연령별 감액 적용 역시 청년이라는 이유로 더 받거나 고령이라는 이유로 감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와 윤석열 정부는 최저임금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업종‧지역‧연령별 차등적용 시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올해 노사정의 대타협을 통해 최소한의 현실적인 속도 조절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최저임금 고시 마감일인 8월 5일 전인 7월 중순까지 노동계와 경영계 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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