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 부켈레 엘살바토르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비트코인 500개를 추가 매수했다고 밝혔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토르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비트코인 500개를 추가 매수했다고 밝혔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루나·테라의 폭락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가격 하락과 관계 없이 비트코인을 매수해온 엘살바도르 정부가 자칫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직면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앞서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7일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공식 채택한 바 있다. 엘살바도르는 미국 달러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해외송금 수수료 부담, 빈약한 금융인프라 등의 문제를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전문가들은 엘살바도르의 경제 실험을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유는 법정통화에 어울리지 않는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와 재정 건전성 및 안정성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사용하지 말라는 뜻을 전한 바 있다. 

IMF의 우려는 암호화폐 하락장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현실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기 직전 지난해 9월 6일 5만2633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11월 한때 6만 달러를 돌파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13일 오후 3시 현재 3만244달러까지 다시 하락한 상태다.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을 주도한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그동안 암호화폐 시세 변화나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트코인을 매수해왔다. 실제 암호화폐 하락장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던 지난 9일(현지시간)에는 500개의 암호화폐를 평균 3만744달러에 추가 매입하기도 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이 트위터에 공개한 비트코인 매수 내역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총 2301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1개당 평균 매입가는 4만5056달러로 비트코인에 투자한 전체 비용은 1억367만 달러(약 1332억원)에 달한다. 

해당 기사가 보도된 당일 블룸버크통신이 추정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투자 손실액은 약 2900만 달러로 수익률은 –28%에 달한다. 사흘이 지난 지금 비트코인 가격은 보도 당일보다 더 하락해 손실 규모도 더욱 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엘살바도르가 내년 1월 만기가 돌아오는 8억 달러 규모의 국가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엘살바도르 달러 채권은 올해 들어 24%나 하락했으며,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지난주 엘살바도르의 신용등급을 Caa3까지 하향 조정했다.

취약한 금융인프라를 비트코인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부켈레 대통령의 구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엘살바도르는 2017년 기준 은행 계좌 개설율이 29%에 불과할 정도로 금융인프라가 빈약한 국가다. 부켈레 대통령은 전통적인 금융인프라를 확충하는 대신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뒤 비트코인 전용 ATM 및 전자지갑 어플리케이션 ‘치보’(Chivo) 등을 보급해왔다.

하지만 국민들의 금융접근성이 비트코인을 통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시카고대학과 펜실베니아 주립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치보 사용자는 이미 인터넷이나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고학력·청년층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논문에 따르면, 치보의 사용자 중 61%는 앱 사용 시 주어지는 30달러의 보조금만 챙긴 뒤 곧바로 앱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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