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피크 아웃 기대감으로 미국 10년물 BEI(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 자료=SK증권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 기대감으로 미국 10년물 BEI(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 자료=SK증권 

[이코리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에 대한 우려와 인플레이션 정점에 대한 기대가 혼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피크아웃보다 피크 확인이 선결 과제로, 국내외 증시는 여전히 불확실성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연준은 9일(현지시간) 소비자들의 4월 예상 인플레이션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3월 전망치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한 6.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강할 것으로 소비자들이 기대하고 있음을 뜻한다. 

인플레이션 주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던 중고차 가격의 하락과 3월 대비 주요 원자재 가격의 레벨 다운, 전일 바이든 미 대통령의 물가 억제 의지가 추가되면서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에 대한 기대감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유가 상승률 전망치도 한풀 꺾였다. 국제유가가 -3%대 하락하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99달러 선,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선으로 내려왔다. 미 소비자들의 유가 전망도 낙관적이다. 미 휘발유 가격 상승률 전망치가 5.2%로 한 달새 4.4%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안에 유조선의 러시아 원유 운송을 금지하는 항목이 빠졌다는 소식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가 지속되면서 이로 인한 수요 둔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증시는 기술주 반등에도 혼조세로 마감했다. 장중 변동성은 여전한 가운데  10년물 국채금리 3% 밑으로 하락하자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 가까이 상승했다.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을 멈추고 정상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면서 “다만 고공행진 기간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길고, 그 과정에서 고통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슈카리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연율 기준 2%로 하강할 것임을 확신한다”면서도 “공급망 정상화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또 그 과정에서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는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미국 CNN이 10일 발표한 공포&탐욕지수(22)는 극도의 공포심 구간(0~25)에 위치해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중립 구간(46)이었던 것이 일주일 전부터 공포심 구간(32)에 들어선 것이다. 7가지 구성 지수 가운데, 시장 모멘텀(S&P500, 125일 이동평균값), 주가 강도, 풋-콜 옵션, 투기등급 채권 수요 등 4개 지표가 극도의 공포심을 나타내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수요를 가늠하는 지난 20일간 채권 대비 주식 수익률 지수도 공포심 구간에 들어섰다는 점은 5월 둘째 주 동안 미국 증시가 추가 하락을 보인다면, 이는 전적으로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매물 출회로 해석해도 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증시의 하락이 멈추기 위해서는 투자심리가 개선될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미국 4월 CPI(소비자물가지수) 및 근원CPI와 중국 증시 상승의 연속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4월 CPI·근원CPI의 현재 시장 예상치는 각각 8.1%, 6.0%다. 전월치(8.5%, 6.5%)를 하회할 경우, 4월부터 나타났던 물가 고점 통과(3월)에 대한 시그널에 대해 확신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5월 이전 미국 증시를 괴롭혀왔던 알려진 악재의 공통분모가 높은 물가였던 만큼, 시장에서는 향후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문 연구원은 “5월 둘째 주는 러시아 열병식, 미국 4월 CPI 발표와 같은 기존 악재의 변곡점이 중첩돼 증시와의 불편한 동거는 불가피했다. 하지만 2가지 터닝 포인트가 기대를 충족시켜 준다면, 패닉셀은 빠르게 일단락되며 미국 증시는 반등에 나설 것이다. 5월 둘째 주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시장이 안정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물가다. 일각에선 현재 증시 레벨에서 4월 CPI 상승률이 둔화되고 예상치를 하회할 경우, 주식시장의 투자심리 개선이 기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정말 미국 4월 CPI 결과에서 시장이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안도하려면 한두 달 물가 안정으로는 부족하며, 수개월간은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며 “공급병목은 공급부족이 아니라 수요가 폭증한 것이 원인이며, 여기에는 바이든 정부의 실수가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채굴, 서비스 소비로 확산, 고용 인센티브, 복지정책 방향 재설정 등의 정책이 고려되어야 하며, 팬데믹 당시 연준과 정부가 협력한 것처럼, 인플레를 막는 데에도 협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코스피 지수는 11일 전 거래일대비 0.17% 하락한 2592.27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개인이 3457억원 순매수를 한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909억원, 2889억원 순매도를 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9% 오른 866.34로 장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이 922억원 순매수를 했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600억원, 239억원 순매도했다. 국내증시는 미국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오늘밤 미국 4월 CPI 발표를 기다리면서 여전히 경계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 실적은 우려보다는 순항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 기업 2,290 종목 중 332종목 실적 발표를 완료했는데, 매출(금융 제외)과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각각 +4.3%, +9.2% 상회했다”며 “업종별 컨센서스 대비 하회 종목수 비율도 양호한 수준으로 현재까지 1분기 실적은 우려보다 양호한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2년 연간 및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지만, 중국 도시 봉쇄, 원자재 가격 및 임금 상승이 비용 증가로 이어져 향후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상품시장의 대규모 가격변동과 기업공개(IPO) 실종, 가계·기업 자금조달비용이 급격히 올라 당분간 한국증시는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섣부른 바닥론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 제어를 통해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올라오고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며 “연준의 긴축 정책 드라이브는 여름까지 지속될 것이다. 글로벌 정치 및 경제적 측면의 안정감은 여전히 취약하다. 이는 곧 시장이 불확실성 국면에 위치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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