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코리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검수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두 법안이 공포되자 언론은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수완박’ 공포안을 의결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6대 범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4대 범죄를 제외하고 부패·경제범죄만 남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이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별건 수사는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검찰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검수완박 법안이 공포되자 언론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검수완박’을 검색하자, 지난 3~4일 전국 54개 매체에서 총 963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약 1천건의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권력기관 개혁은 촛불정부의 큰 사명이자 국민의 염원”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은 역사적·시대적 소명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제도가 어떻게 달라지든 경찰의 수사 역량을 높이고 검경이 수사를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국가 수사의 질을 높이고 국민을 보호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다음으로 자주 언급된 인물은 그동안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꾸준히 반대 입장을 밝혔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다.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양향자 의원실이 확보한 청문회 답변자료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 법안의 무리한 입법 추진으로 범죄자들은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고 힘없는 국민만 피해를 볼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이어 “검찰의 직접 보완 수사나 보완 수사 요구가 폐지된다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진다”며 “중요범죄의 대응 역량도 저하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해지면서 일반 서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3~4일 보도된 '검수완박'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3~4일 보도된 '검수완박'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검수완박 법안은 文 정부 ‘방탄법’” 비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의결되자 언론은 대체로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보수 성향 매체의 경우 비판의 초점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맞췄다.

조선일보는 4일 사설에서 “(문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서명한 법이 자신과 정권의 불법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법’이었다”며 “정권이 마지막에 자기 비리 수사를 막는 법을 공포한 건 법치 국가에선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 등을 언급하며 “이제 정권이 바뀌어 검찰 수사를 더는 막지 못하게 되자 아예 도둑이 포졸을 없애는 법을 만든 것이다. 참으로 충격적인 사태”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 법은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의 범죄는 숨기고, 힘없고 배경 없는 국민의 범죄 피해는 구제받기 어렵게 한 것”이라며 “국민 기본권 보장 운운하지만 실상 ‘문재인·이재명 지키기’(안민석 의원 등)이자 정치인들을 법 위의 특권계급으로 만든 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문 대통령은 온 국민의 지도자라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진영의 보스에 머물렀다는 게 재차 확인됐다”며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지지자들과만 함께했다”라고 비꼬았다.

◇ 언론, “입법 서두르다 독소조항 그대로... 보완 입법 필수”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과정에서 독소조항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은 공청회 한번 없이 개정안을 발의한 뒤 꼼수 사보임과 위장 탈당이라는 편법으로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서는 회기 쪼개기로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했다”며 “성급하고 무리한 입법이라는 반대 여론을 각종 꼼수와 무리수로 돌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입법 독주 과정에서 독소 조항은 걸러지지 않았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제한한 형사소송법이 피해자 구제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그대로 통과했다”며 “검찰 보완 수사를 제한한 형사소송법 규정 또한 공범 및 여죄 수사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 또한 “검찰의 수사권이 폐지된 범죄들은 중수청이 설치되고 수사기관들 간의 권한이 조정되기 전까지는 경찰이 맡게 된다”며 “하지만 경찰의 수사력을 보강할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권한이 커진 경찰을 견제할 장치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고도의 수사 역량이 필요한 사건 등에 대해서는 검경이 합동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행령을 개정해 수사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경찰은 늑장·부실 수사를 막기 위한 내·외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국회는 검수완박법의 독소조항을 수정할 후속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는 검수완박 법안에 세부적인 문제가 있지만 입법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보완 입법을 위해 국민의힘이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3일 사설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공포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듯, 검찰개혁의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겨레는 “공포된 새 형소법에서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삭제한 부분은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침해할 여지가 커 국회에 설치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통해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문제”라며 “국회에 설치될 사개특위를 통한 충분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더욱 시급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애초 여야 합의안을 파기했던 국민의힘이 사개특위 설치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규탄만 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입법적 보완에 성실히 임해 예비 집권여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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