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매도 관련 정책 제안.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매도 관련 정책 제안.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 1년이 지났다. 이제는 전면 재개를 논의할 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 증시 하락으로 뿔난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곧 출범할 새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으나, 이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5월 3일부터 코스피200, 코스닥150 구성 종목을 대상으로 부분 재개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공매도 부분 재개 후 1년이 지난 만큼 전면 재개를 논의할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공매도 전면 재개는 MSCI 선진지수 편입 등을 위해서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비록 공매도 전면 재개가 MSCI 선진지수 편입의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선진국 금융시장 대부분이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MSCI 선진지수 편입은 한국 자본시장에 적용된 신흥국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선진 금융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약 17.8~61.1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되고 코스피가 약 4035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일부터 올해 5월 2일까지 1년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은 110조339,1억원에 달한다. 이는 공매도가 금지되기 직전 1년간(2019년 3월 18일~2020년 3월 13일)의 누적 거래대금(87조1363억원)보다 23조2028억원(26.6%) 늘어난 것이다. 전면 재개된 것이 아닌 일부 종목을 대상으로 한 부분 재개였음에도 공매도 거래 규모가 매우 증가한 셈이다. 

공매도 시장이 커지는 동안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 간의 불균형은 개선됐을까?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1년간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9%였던 반면, 기관·외국인 비중은 각각 23.1%, 75%에 달했다. 공매도 금지 직전 1년간 개인 비중이 0.8%였던 점을 고려하면 두 배나 늘어났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개인 비중이 20%에 달하는 일본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공매도 시장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고려해 개인투자자에 대한 대여 주식 차입 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연장하고 만기 후에도 대여 물량이 소진되지 않았다면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덕분에 개인투자자의 절대적인 공매도 거래 규모는 늘어났지만, 거래 비중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 긴축 및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겹쳐 증시까지 하락세를 보이자 공매도를 향한 투자자들의 불만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실제 공매도 부분 재개 당일 3127.20을 기록하며 한창 상승세를 보였던 코스피는 오늘(3일) 오후 1시 현재 2694.33으로 13.8%나 하락한 상태다. 

이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의 ‘정책 제안’ 페이지는 공매도 개선 또는 폐지를 요청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 실제 인수위의 정책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식시장 공매도 요건을 개선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정책 제안이 두 번째로 많은 공감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안자는 “외국인·기관 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요건 차이로 국내 주식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있다”며 “공매도 담보비율 및 상환기간 요건을 형평성에 맞게 조정해주시고, 일정 수준 주가가 하락할 경우 공매도 ‘주식 매매 일시 정지’를 도입하여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공매도 감시 전담 조직 신설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기관·외국인에 비해 높은 개인투자자 담보비율 조정 ▲주가 하락 시 자동으로 공매도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크 도입 등 공매도와 관련된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 해당 공약과 관련된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은 높지만, 제도 개선이 추진돼도 개인투자자들의 오랜 불신을 극복하고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기는 쉽지 않다. 6월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동학 개미의 표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매도 전면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동학 개미의 반발 사이에서 인수위가 어떤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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