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뉴시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KDB생명보험의 재매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취임한 이 회장은 내년 9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현 정부 측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새 정부 출범 후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이 회장 또한 1년4개월의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남아있는 ‘빅딜’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대우건설, 금호타이어 등의 구조조정 작업을 이끌어왔으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무산된 데다, 쌍용자동차와 KDB생명의 매각까지 취소되면서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KDB생명의 경우 인수 주체인 JC파트너스가 부실 논란에 휘말리면서 최근 매각 작업이 중단됐다. 실제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KCV PEF)는 이날 JC파트너스와 체결했던 KDB생명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JC파트너스가 지난 2019년 인수한 MG손보가 경영정상화에 실패하고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기 때문.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JC파트너스는 결국 KDB생명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KCV PEF는 KDB생명 기업가치 제고를 위하여 노력하는 한편,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여 재매각 추진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 회장의 사의를 밝히면서 재매각 일정이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게 됐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유임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새 정부의 첫 산업은행 회장 후보를 제청하기는 어렵다. 만약 금융위원장이 교체될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에야 인선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차기 산업은행 회장 취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여야 갈등으로 인해 인사 청문 일정이 지연될 경우, 예상보다 이 회장의 공백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최종 결정권자가 자리를 비우게 된 만큼, 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돌아온 KDB생명의 재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기는 어렵게 됐다. KDB생명은 2021년 지급여력(RBC)비율이 168.9%로 전년 대비 31.7%포인트나 하락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수익성 또한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각각 지난해 말 기준 0.11%, 2.41%로 보험업계 전체 평균(0.62%, 5.9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최근 연임이 결정된 최철웅 사장을 중심으로 경영정상화에 나서고 있지만, 새 주인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KDB생명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동걸 산은 회장의 사임으로 복잡해진 KDB생명의 재매각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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