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건설된 국가별 석탄발전 설비용량. (단위: GW) 자료=기후솔루션
2021년 건설된 국가별 석탄발전 설비용량. (단위: GW) 자료=기후솔루션

[이코리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탈석탄 속도는 좀처럼 빨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국내 석탄발전 설비가 크게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까지 발표되면서, 자칫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으로 낙인 찍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지난 26일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 E3G, 시에라클럽, 키코네트워크 등 9개 글로벌 기후에너지단체와 함께 지난해 전 세계 석탄 발전 추이를 분석한 ‘석탄의 경제 대전환 2022: 전 세계 석탄발전소 추이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탈석탄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석탄발전 설비 규모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도 등을 중심으로 신규 석탄발전소가 늘어나면서 탈석탄 효과를 모두 상쇄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시운전에 들어간 석탄발전 용량은 45GW였던 반면, 폐쇄된 석탄발전 용량은 26.8GW에 그쳤다. 결국 전체 석탄발전소 설비용량은 총 18.2GW 증가했는데, 이는 2020년 증가량(11.5GW)보다 약 58.3% 늘어난 수치다.

한국도 석탄발전 증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서천과 고성하이화력발전소가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신규 석탄발전 용량은 3.1GW 늘어났다. 이는 중국(25.2GW)과 인도(6.4GW)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신규 석탄설비를 늘린 상위 5개국 중 OECD 회원국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이 경제 규모에 걸맞은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발전원별 연료비 단가 추이. 자료=전력거래소
발전원별 연료비 단가 추이. 자료=전력거래소

◇ 더딘 탈석탄 발걸음, 원자재 가격 상승에 실업 우려까지...

하지만 느려진 탈석탄 속도를 다시 높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전반적으로 발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지만, 석탄에 비해 액화천연가스(LNG), 원자력 등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 정보통계시스템(EPSIS)에 따르면, 유연탄과 LNG, 유류의 연료비 단가 차이는 4월 기준 kWh당 각각 222.2원, 102.57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83.4%, 279.7% 증가한 수치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LNG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석탄과의 상대적인 비용 차이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것. 같은 화석연료지만 석탄보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LNG 비중을 늘리기 어렵게 된 셈이다. 재생에너지 또한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발전원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석탄보다는 비싼 데다, 국내 인프라가 취약해 아직 석탄발전을 대체할 정도의 비중은 아니다. 

탈석탄으로 인해 줄어들 석탄발전산업 일자리도 문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조합원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폐지 석탄발전소 활용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쇄할 경우 일자리 전환 대책이 없다는 총 7935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석탄발전소 30기 중 24기가 LNG 발전으로 전환돼도 필요 인력은 3024명에 불과해, 4911명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가 명확한 일자리 전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탈석탄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석탄발전에 계속 의존할 경우 치러야 할 비용도 적지 않다. 당장 미국·유럽 등에서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한국 경제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는 데다,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을 지원해 재생에너지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석탄→재생에너지로의 구체적인 일자리 전환 대책을 마련하는 등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기후솔루션 이석영 연구원은 “강릉안인과 삼척화력발전소가 내년과 내후년에 완공될 예정인 가운데, 가동 중인 발전소들의 폐쇄 계획은 불분명하며 탈석탄 공약의 진실성이 우려된다”라며 “구체적인 석탄 퇴출 일정과 방안을 조속히 구상해야 하며 암모니아 혼소나 탄소포집(CCS)로 석탄발전소 수명을 연장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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