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폐배터리 재사용 과정 → ESS 등으로 재사용됨. 자료=환경부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재사용 과정 → ESS 등으로 재사용됨. 자료=환경부 

[이코리아] 원자재 가격 급등, 금리 급등 등은 기업에게 비용 상승 리스크로 연결된다. 비용 감소를 위해 기업들이 스페이스 X와 같은 재사용·재활용을 통한 비용 절감이라는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기대감이 가장 높은 분야가 폐배터리 재활용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탈세계화의 본격화에 대해 계속해서 다루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받는 한 가지 공통된 우려는 바로 비용 상승의 문제”라면서 “유사한 리스크에 직면했던 일론 머스크의 아이디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X 이전의 우주항공 분야 미국 기업들은 러시아 부품에 의존했는데, 사업 초기의 스페이스 X는 러시아 부품을 수입할 때 협상력에서 절대적인 열위에 있었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가 선택한 방식은 자체 생산이었다. 

당연하게도 자체 생산에 따른 비용이 훨씬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일론 머스크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비용 감소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바로 로켓을 ‘재사용’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듯이 팰컨9의 수차례 재사용, 2000년 이후 비용이 하락한 점 등이다. 

하 연구원은 “스페이스 X와 같은 재사용·재활용을 통한 비용 절감이라는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 기대감이 가장 높은 분야가 ‘폐배터리 재활용’”이라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통상 5~10년 운행 이후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으로 감소한다. 이때 교체되는 배터리의 재활용 가능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배터리의 남은 용량, 수명 등을 측정하여 평가하는데, 잔존가치(SOH)가 있는 경우 태양광발전시설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자전거용 배터리 등 다른 용도의 배터리로 재사용된다. 재사용이 어려운 폐배터리는 파쇄, 분쇄, 선별, 추출공정 등 물질 재활용방법으로 유가물을 회수한다. 

삼정KPMG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40년에는 573억달러(약 68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배터리 소재에 들어갈 원자재 확보가 어려워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기업들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자료=KB증권
자료=KB증권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과 북미 최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 '라이사이클'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 2.6%를 확보했다. 투자금액은 600억원으로 양사가 각각 300억원씩 투자했다. 지분 투자와 함께 장기 공급 계약도 체결, 오는 2023년부터 10년에 걸쳐 니켈 2만톤도 공급받는다.

삼성SDI는 지난 2020년 천안과 울산 사업장에 각각 스크랩(파쇄 폐기물) 순환체계를 구축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활성화에 나섰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은 국내 재활용 전문 업체를 거쳐 공정을 통해 황산 코발트로 재생산되고, 이를 소재업체가 전달받아 삼성SDI의 원부자재로 재투입된다. 

SK온은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함께 재활용 업체에 폐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포드는 지난해 9월 미국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와 자체 배터리 공급망에 적용할 재활용 프로세스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포드가 SK온과 세운 합작 법인 '블루오벌SK'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배터리가 활용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라남도가 주관하는 '전기차(EV)·에너지저장장치(ESS)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화' 사업이 다음 달 1일부터 본격화한다. 이번 사업은 국내 최대 규모 민관 협의체로, 국내 완성차 및 배터리, 재활용 업계가 대규모로 연합하는 것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이번 사업에는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등 4대 기업이 참여했다. 우진산전, 인셀 등 배터리 및 폐자원 관련 중소기업 7곳과 나주시, 한국전지산업협회 등 지자체와 연구기관 등도 동참한다.

이들은 이달 말 나주 혁신산업단지에 완공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화 센터'를 거점으로 폐배터리의 재사용-재제조-재활용 일원화 시스템 구축과 응용제품 개발, 실증 등 공동 연구·개발(R&D)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주요국들이 배터리 재활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려는 분위기지만 특히 한국은 배터리 재활용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중 분쟁에 이어 러-우 전쟁으로 인해 확대될 경제 블록화, 원자재 가격 부담을 고려하면, 2차전지 분야에서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 기업인 중국의 CATL이 자국에서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는데다 러시아와의 철도교량을 8월부터 개통해 원자재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그러한 여건이 되지 못한다.  

하 연구원은 “그렇다면 선택해야 할 길은 ▲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희유금속을 추출해서 다시 배터리 생산에 사용하고, ▲ 폐배터리 재사용을 통해 ESS를 구축하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완성차 업체들과 2차전지 기업들이 자체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기업 간 협력을 하는 이유이자 자금조달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규 진출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배경이며, 정부에서도 적극 육성하려는 이유일 것”이라며 “이와 같은 방향성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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