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KDB생명보험의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공백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KCV PEF)는 이날 JC파트너스와 체결했던 KDB생명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KCV PEF는 지난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KDB생명 인수를 위해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PEF)다. 

산은은 지난 2020년 12월 JC파트너스에 KDB생명 지분 92.73%를 2000억원에 매각하는 SPA를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JC파트너스는 지난해 6월 금융당국에 KDB생명 대주주변경승인을 신청했지만, SPA상 거래종결 기한인 지난 1월 31일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JC파트너스가 지난 2019년 인수한 MG손해보험이 경영정상화 계획을 이행하지 못한 채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받아 매각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로서 JC파트너스의 보험시장 진출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JC파트너스가 KDB생명, MG손보, 리치앤코 등을 인수해 수익성을 개선한 뒤 생보·손보·GA(법인보험대리점)를 묶어 한꺼번에 통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KDB생명 인수 및 MG손보 정상화에 모두 실패하면서, 최근 60%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리치앤코만 남게 됐다. 

한편 KDB생명의 매각이 다시 불발되면서 구조조정을 맡아온 산업은행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10년이 넘게 관리해온 KDB생명의 매각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 등을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론하고 있지만, 실제 우리금융이 나설지는 불분명하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증권사가 최우선 인수대상인 만큼, 보험사 인수에 먼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망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KDB생명의 재무건전성 및 수익성 또한 악화 추세에 있어 인수 후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KDB생명의 RBC(지급여력)비율은 지난 2019년 말 215.1%에서 2020년 200.6%, 2021년 168.9%로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RBC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KDB생명의 RBC비율은 생보업계에서는 흥국생명과 DB생명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만약 내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RBC비율이 더욱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불가피해 인수 후보들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수익성 또한 마찬가지다. KDB생명의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 말 기준 0.11%, 2.41%로 전년(0.22%, 4.14%)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는 보험업계 전체 평균(0.62%, 5.9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KDB생명은 최근 최철웅 사장의 연임을 확정한 뒤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매각이 지연돼 경영공백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아직 새 주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요한 경영 상의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KDB생명의 매각이 불발에 그치게 되면서 산업은행을 향한 비판여론도 다시 고개를 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KDB생명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 쌍용자동차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모두 암초에 부딪힌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매각 계약을 체결했으나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를 불허로 무산됐고, 쌍용자동차 또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가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재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아시아나항공마저 미국·EU·일본 등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산은이 추진해온 빅딜은 전부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KCV PEF는 KDB생명 기업가치 제고를 위하여 노력하는 한편,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여 재매각 추진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DB생명의 매각이 4전5기만에 성공해 경영정상화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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