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량이 충전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기차량이 충전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2차전지 원재료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최근 주요 양극재 업체들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배터리 가격에 본격적으로 전가되기 시작했으며, 전기차 가격 인상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2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등 국내 주요 양극재 제조사들은 이번 달부터 배터리 셀 제조사에 공급하는 양극재 가격을 평균 25% 수준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의 원재료 값이 폭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은 지난 1년간 449%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리튬 가격이 미쳤다”면서 “비용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채굴과 정제에 직접 대규모로 진출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전해액과 양극재의 주요 원재료인 탄산리튬이 2021년 평균 가격이 톤당 13만위안이었던 것에서 올해 4월 282% 상승한 49.6만위안에 거래되고 있으며, 삼원계 양극재(NCA, NCM)의 주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도 지난해 평균 가격보다 각각 78%, 56%, 27% 상승한 수준이다. 

자료=SK증권
자료=SK증권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양극재에 들어가는 3대 메탈(리튬·코발트·니켈)의 가격은 런던메탈거래소(LME) 시세에 연동시켜 양극재 업체들은 판가에 매월 적용하고 있으며, 셀 업체들도 자동차 OEM들과의 배터리 가격에 분기 또는 반기마다 판가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극재 가격은 최근까지도 니켈가격 상승으로 매월 판가가 2~3% 가량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배터리 가격 인상, 전기차 가격 인상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도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차세대 배터리 세미나 2022‘에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배터리 제조 비용과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건 배터리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4대 소재는 배터리 원가의 77%를 차지한다. 양극재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나 충·방전 등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로, 이 중 양극재(42%)가 배터리 원가 비중이 가장 큰 만큼 배터리 셀 가격은 양극재 가격에 민감하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이미 소재 가격 인상을 반영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지만 조만간 가격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소재의 원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완성차 업체가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전기차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테슬라의 경우 이미 지난 3월에만 차 가격을 두 번 올렸다.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의 최저 가격(후륜구동, RWD)을 6469만원까지 올렸다. 모델Y 롱레인지는 6999만원에서 8649만원으로, 1650만원이나 올렸다. 정부가 올해부터 8500만원 이상 전기차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만큼 모델Y 전 라인업은 보조금 지급 가능 대상 명단에서 빠지게 된다.

니켈·리튬 등 전기차 원자재가 줄줄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 셧다운으로 반도체 등 주요 부품 공급망까지 흔들리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선두업체인 테슬라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만큼 전기차를 생산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도 전기차 가격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의 가격은 보조금 100%를 받는 가격 상한선과 인접한 수준이다. 가격을 더 올리면 보조금이 반으로 줄거나 아예 지원을 못 받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출고가 인상분을 제외하고서라도 많게는 700만원, 적게는 350만원 비싼 돈을 주고 사야 된다. 

하지만 전기차는 보조금 유무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달라지다 보니 무턱대고 차값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전기차 원자재 가격인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산업구조 상 가격인상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내부적으로도 대응방안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미 보조금을 받기 어려운 고가 전기차 위주로 가격을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고, 보조금이 소진되는 하반기가 유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정부의 보조금 사업은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된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물량이 줄어들고 내년으로 밀릴 경우 또다시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물량을 늘리는 대신 대당 보조금 규모를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실제로 2020년 820만원이던 국고보조금이 2021년 800만원, 2022년 7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가나 저가보다 아이오닉6와 같은 중급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지급 이슈와 가장 민감하다”면서 “정부는 그간 전기차 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상해 보조금 규모를 계속 줄여왔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보조금 지급을 폐지하려다 갑자기 전기차가 너무 안 팔려서 2년 연장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0년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전기차 산업을 다시 살리고 소비를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보조금 폐지를 미룬 바 있다. 

이 연구위원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은 탄소중립이라는 전 세계적인 이슈와도 연관이 있다.전체 물량을 늘리는 데 연연하지 말고  보조금 시스템을 유연하게 운영해 보조금을 올리지 못한다면 2년 동결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이끄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조금 지원이 없는 고가 전기차의 가격 인상을 할 경우 판매량이 적어 가격 인상 효과가 별로 없는데다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 가격이 덩달아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항구 연구위원은 “철강재 가격 급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은 지난해 막대한 이익을 누렸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분기 실적의 경우도 시장 전망보다 높게 나왔다. 하지만 1분기 내수·생산·수출 모두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인데 수익만 막대하게 벌었다면 이는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내연기관의 가격을 높이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고 정부는 금리 인상을 통해 이를 통제할 텐데 그러면 자동차산업에는 직격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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