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 의과대학 편입학 특혜와 병역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 의과대학 편입학 특혜와 병역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특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다수 언론의 논조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비판해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여권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며 비판적이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고위직 재직 시 두 자녀가 특혜로 경북대 의대 편입학 전형에 합격했으며, ▲아들이 2급 현역 판정을 받은 지 5년 뒤 경북대병원에서 추간판(디스크) 탈출 진단을 받아 병무청 재검 후 4급 보충역으로 바뀐 것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 여당은 당시 경북대병원에서 고위직으로 재직 중이던 정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정 후보자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정 후보자는 편입 특혜 의혹에 대해 “심사위원은 시험 당일 무작위로 임의 배정을 하게 되어 누가 심사를 하게 될지 알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특혜를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병역 의혹에 대해서도 “경북대병원의 2번의 MRI 검사와 병무청의 CT 검사를 거쳤고 서로 다른 세 명의 의사가 진단을 한 것”이라며 “4급 보충역 판정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없었으며 엄격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특혜 의혹 관련 기사(4월 17~19일)의 연관키워드.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특혜 의혹 관련 기사(4월 17~19일)의 연관키워드.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 정호영 자녀 특혜 의혹 보도, 핵심 키워드는 '윤석열'과 '아빠 찬스'

그동안 ‘조국 사태’를 강하게 비판해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유사한 의혹에 직면하게 되자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정호영 후보자’를 검색한 결과,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총 950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자회견 다음날인 18일에는 425건의 기사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정호영 후보자의 자녀 특혜 의혹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었다. 정 후보자 의혹에 대한 비판의 날이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향하고 있지만, 윤 당선인은 정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에 따르면, 윤 당선인 측은 의혹을 뒷받침할 ‘부정의 팩트’가 분명해야 한다며 국회 청문회 검증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19일 “법적인 책임을 넘어 도덕성까지 높은 차원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안이 있는지 언론·국민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아빠 찬스’ 또한 정 후보자 관련 기사에 자주 언급된 연관키워드다. 언론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사용해 자녀에게 특혜를 제공한다는 뜻인 ‘아빠 찬스’라는 표현을 통해 이번 사건을 요약하면서, 이를 과거 ‘조국 사태’와 비교하고 있다. 

 

사진=조국 전 법무부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조국 전 법무부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 한국일보 "윤로남불 논란에 발목 잡힐 수 있어"

언론은 이번 의혹에 대한 윤 당선인 측의 대응에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조 전 장관과 정 후보자는 다르다는 해명에 대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지난 18일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조국 전 장관 수사로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사긴 했으나 공정의 아이콘이란 대권 도전의 기반도 마련했다”며 “그런 그가 정 후보자 의혹에 대해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윤로남불’ 논란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또한 19일 사설에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내로남불’ 때문이었다”며 “보수를 비판하던 잣대를 진보 진영 쪽 사람이라는 이유로 거두고, 큰 문제가 없다느니 하며 감싸다가 여론의 불벼락을 맞은 3년 전 일을 국민들은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정 후보자에 대한 비호는 ‘윤석열의 공정’에 기대했던 국민에게 공수만 뒤바뀐 ‘가진 자들의 관행’이란 불신만 증폭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은 정 후보자 자녀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민일보는 18일 사설에서 “자녀 의대 편입학과 병역 판정 변경 과정에서 부당 행위가 있었다면 장관으로서 중대한 결격 사유”라며 “사법 처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수사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근거 없이 의혹을 부풀려서는 안 되겠지만 합리적으로 제기되는 의혹은 말끔히 해소돼야 한다”며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거나 중대한 의혹이 추가로 불거진다면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아일보는 교육부 및 국회 지정 의료기관에서 자녀 특혜 의혹을 검증받겠다는 정 후보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동아일보는 19일 사설에서 “교육부가 어떤 감사 결과를 내놓든 신뢰성 시비가 뒤따를 것이다. 교육부와 의료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예상하기 어렵다”며 “산더미 같은 의혹을 안은 정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 과거 조 전 장관 퇴진을 주장했던 의사 단체조차 정 후보자의 사퇴를 요청하고 있다며 “결국 정 후보자가 사퇴하고 조사를 받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인수위 및 국민의힘의 부실 검증 및 안이한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일보는 19일 사설에서 “인수위 내부에서 ‘졸속 검증’이었다는 고백이 들린다. 그런데도 검증에 책임 있는 인사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언행을 보인다”며 “검증 때 다소 문제가 있음을 알았지만 자녀의 평판 조회를 거쳐 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정 후보자가) 조작을 했나, 위조를 했나”(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등의 발언을 지적했다. 

한겨레 또한 18일 사설에서 장 실장의 발언을 인용한 뒤 “국민의힘 안에서도 청년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정호영 불가론’이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데도 윤 당선자 쪽은 상식적 의혹 제기에조차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감싸기 행태가 ‘내로남불’을 넘어 ‘적반하장’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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