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5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5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 미분양 아파트도 나오는 등 ‘묻지마’ 분양 대신 분양가가 비싼 집을 거르는 옥석 가리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경우 주로 6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 거래 비중이 커졌는데,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높은 대출금리 부담에 청약시장에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 더샵 루벤' 리모델링 아파트는 경쟁률 252대 1을 뚫고 분양에 당첨된 사람들 중 20% 가까이 계약을 포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를 사상 최고인 3.3㎡에 6500만원으로 정한 게 컸다”면서 “전용 84㎡ 한 채에 26억원을 내야 하는데, 길 바로 건너편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더 싸게 나올 정도여서 매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분양한 송도국제도시 '송도 럭스 오션 SK뷰'는 최근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전체 공급 가구 수 1114가구 중 129가구가 미달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무순위 청약에서도 15가구가 미분양됐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의 경우 아직 미분양 상태이고 작년 11월 분양한 '송도자이 더 스타'는 올해 2월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야 완판됐다.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현재 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려 받겠다고 나섰지만 대출도 막힌 상태라 미분양이 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는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인천 검단 신도시에서 주변 시세에 60%에 나온 아파트에는 7만 명이 넘게 청약이 몰려 모두 계약이 끝났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2일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인천 불로동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는 575가구모집에 총 4만6070건이 접수돼 평균 80.12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 마감됐다. 또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99㎡D타입으로, 2가구 모집에 468건이 접수돼 2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지역은 지난 1월 분양한 ‘인천검단 호반써밋’ 3차(경쟁률 43:1), 지난해 12월 분양한 ‘제일풍경채 검단Ⅰ’(43:1) 등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대출 등으로 이 같은 청약 열기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검단신도시가 예전에는 '공장지대'라는 이미지도 큰 데다 처음 분양될 때는 이 곳 말고 입지 좋은 곳에 분양물량이 워낙 많았다. 하지만 최근 GTX-D노선 등 교통 호재에 검단 신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의 주거 환경 상황이 나아졌고,상대적으로 계약가가 저렴하다보니 분양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의 경우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4억4200만~4억5200만원 수준으로, 가장 큰 전용 125㎡ 가구도 약 8억5000만원 수준의 분양가가 형성됐다. 

또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줄었다. 당장 약보합세인데다 올해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수요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하고 입지가 좋은 곳으로 청약이 몰리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분양시장뿐만 아니라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9일 대선 이후 이달 14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 총 947건 가운데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총 425건으로 전체의 44.9%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인 33.7%에 비해 11.2%포인트 커진 것이다. 6억원 이하 주택은 대표적인 서민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다.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대선 이후 66.2%를 기록하며 작년(60.5%)보다 5.7%포인트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6억원 이하 저가주택이 상대적으로 거래를 주도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제한되는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해 23.9%에서 올해 대선 이후 21.6%로 줄어들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아예 나오지 않는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지난해 15.7%에서 올해 12.1%로 감소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도 역시 중대형보다는 중소형 아파트 거래가 크게 늘어 대선 이후 전용면적 60㎡ 이하 거래 비중은 61.1%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9%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비해 전용 85㎡ 초과 중대형은 올해 대선 이후 거래 비중이 11.7%로, 작년(16%)보다 4%포인트 이상 줄어들었다.

한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는 5월11일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최근 별도 메시지를 내어 “새 정부 출범 이후 시행령 개정에 착수해 5월11일부터 소급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11일부터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가 1년간 한시 배제되지만 당장의 매물 출회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R114 관계자는 “일부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나올 수 있겠지만, 시행일로부터 보유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까지 남은 기간이 짧은 데다 규제 완화 기조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 매물 출회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월 1일 이후에는 보유세 부담이 불가피해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려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높은 집값과 대출 규제, 이자 부담으로 추격매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서울은 차기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신축보다 재건축·재개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거래가 소폭 증가에 그치면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한동안 호가 중심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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