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코리아]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외국인 참정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권 문제, 국가 간 공정의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글을 게시했다. 김 의원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12만명이 넘는 외국인, 특히 1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투표권을 가진다”며 “우리 국민은 단 1명도 중국에서 투표하지 못하는데, 1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우리나라 투표권을 가지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상호주의 원칙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태도”라며 “투표권 부여에 상호주의를 적용하고, 현행 ‘영주권 취득 후 3년 경과’ 요건을 강화하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중국인은 한국에서 투표 가능, 한국인은 중국에서 투표 불가? (○)

우선 6월 지방선거에서 약 10만명의 중국인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한국인은 중국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김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다. 실제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지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부터 투표권을 행사해왔다. 지난 2005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출입국관리법 제10조에 따른 영주의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으로서 같은 법 제34조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사람”(공직선거법 제15조 제2항 제3호)의 지방선거 참여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아직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중국 선거법 제4조는 “만 18세가 된 중화인민공화국 공민은 민족, 인종, 성별, 직업, 가족 배경, 종교적 신념, 교육 수준, 재산 상태 및 거주 기간과 관계 없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中华人民共和国年满十八周岁的公民,不分民族、种族、性别、职业、家庭出身、宗教信仰、教育程度、财产状况和居住期限,都有选举权和被选举权。)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공민’은 중국 국적을 보유한 자를 뜻한다. 중국 선거법에 중국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체류외국인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6월 지방선거에서 약 10만명의 중국인이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외국인 유권자는 총 12만6668명인데, 이 가운데 중국인은 9만9969명으로 78.9%를 차지한다. 그 뒤는 대만 1만658명(8.4%), 일본 7244명(5.7%), 베트남 1510명(1.2%), 미국 983명(0.8%) 등의 순이었다.

◇ 외국인 참정권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부여해야 한다? (△)

김 의원은 “만약 우리 국민이 어떤 국가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우리도 이를 제약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며 투표권에 대해서도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외국인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지난 2014년 성결대 다문화평화연구소가 발표한 ‘지방자치선거와 이주민의 참정권’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에게 최소한의 참정권을 부여한 나라는 2008년 기준 45개국에 이른다. 특히 중앙선거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가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1970년 이후 유럽 일부 국가를 필두로 외국인의 투표 참여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다만 외국인 참정권을 보장하는 국가들이 모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간한 ‘외국인 지방참정권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경우는 ▲특정 국가의 국적자에 한해 선거권을 부여하는 국가와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국가 출신의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국가의 두 가지로 나뉜다.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유럽연합(EU)이 출범한 1992년 이전부터 모든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경우로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김 의원의 주장처럼 상호호혜적 측면에서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국가도 있다. 대표적으로 EU는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라 모든 회원국 국민들이 거주 중인 회원국의 유럽의회선거 및 지방선거에서 선거권·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EU 국적의 체류외국인에 대해서는 대부분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며, 독일·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체코·그리스 등 6개국은 비EU 국적 외국인에게 일체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영연방 국가(CN) 소속 54개 국가의 국민들도 거주 중인 국가의 국내 선거 참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현재는 모두 독립된 주권국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들은 대부분 옛 영국제국의 식민지였으며, 영연방 시민권으로서 참정권을 인정받아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전국단위 선거에서도 선거권을 부여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외국인 참정권의 다양한 근거

비록 일부 국가에서 국적과 관계없이 체류외국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그 수가 적고, 대부분 국가는 상호호혜적 측면에서 특정 국적에 대해서만 참정권을 부여하거나 아예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의원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한국인이 중국에서 투표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데, 우리가 먼저 국내 체류 중국인의 참정권을 보장해줄 이유가 없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국내에서 처음 외국인 참정권 문제가 거론된 것은 재일한국인의 법적 지위에 대한 한·일 간의 논의 때문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재일한국인의 지방선거 참정권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 우리가 먼저 외국인 참정권을 도입해 일본 정부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다만 우리가 2005년 선거법을 개정한 이후 17년이 지나도록 일본 정부는 외국인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참정권의 근거에는 꼭 ‘상호주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참정권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장기거주 외국인도 국내에서 세금을 납부하는 만큼 자신의 세금이 어떻게 사용될지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또한 외국인 참정권은 지역공동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서 지방자치를 활성화하는 한편, 지역 공동체의 다양성과 결속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입법조사처 또한 “지방선거는 주민생활의 밀접성을 특징으로 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외국인 유권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하여 주민으로서의 권리 실현과 지방자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중국인 유권자의 정치세력화가 위험하다? (×)

김 의원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지만, 일부 거론되지 않은 부분이나 다소 과장된 부분도 없지 않다.

우선 김 의원의 논리대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 체류 중국인의 참정권을 박탈한다면, 중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에게 부여된 참정권도 박탈해야 한다. 중국 다음으로 유권자가 대만, 일본, 베트남, 미국 등도 이번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여전히 일본에서 참정권을 보장받기 위해 노력 중인 재일동포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전체 외국인 유권자 중 ‘중국인’ 유권자를 겨냥해 논의를 시작했다. 물론 김 의원의 발언은 전체 외국인 유권자의 80%나 차지하는 중국인 유권자들이 정치세력화될 위험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유권자가 국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7회 외국인 선거인 수는 각각 1만2878명, 4만8428명, 10만6049명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선거인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0.25%(7회 기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외국인 선거인 수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은 오히려 35.2% → 17.6% → 13.5%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외국인 유권자의 정치세력화를 우려하기보다 오히려 저조한 투표율을 걱정해야 할 상황인 셈이다. 특히 외국인 유권자가 밀집한 서울·경기 투표율은 각각 13%, 12.8%로 전체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중국인 유권자는 다른 국적의 유권자와 달리 투표에 적극 참여하며 정치세력화하는 성향을 보였을까?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중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구로·관악·영등포구의 외국인 투표율은 각각 8.8%, 10%, 9.9%로 전체 외국인 투표율 14.7%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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