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와 빵을 배달하는 배달로봇.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디저트와 빵을 배달하는 배달로봇.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는 '서울커피엑스포'가 개최되었다.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0잔 이상으로 세계 평균 커피 소비량인 130잔보다는 무려 2.7배나 많다. 업무상 하루 2~3잔씩 마셔야하기 때문에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춥고 겨울이 긴 핀란드 국민들이 1인당 년간 약 12kg의 원두를 소비하여 커피소비 1위를 차지했다는 통계도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에는 23가지가 넘는 다양한 제조방법이 있는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다양한 추출법과 첨단 과학기술이 숨어 있다.

최근 여러 커피 전시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가장 큰 특징은 로봇이다. 각종 프랜차이져 전시회는 새로운 음식메뉴가 아니라 어떠한 로봇, 고객인식시스템, 자동주문시스템을 선택할지를 겨루는 장으로 변한지 오래이다.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은 사용자의 취향을 정확하게 기억하여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미세한 조정을 진행한다. 인공지능 커피로봇은 얼굴을 인식하거나 바코드를 읽어 내어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추출을 진행한다. 디저트나 빵을 배달하는 배달로봇도 나날이 인기를 더해하고 있다.

첨단 바이오기술은 이색커피의 생산을 돕기도 한다. 루왁커피는 커피를 먹은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추출하는 커피인데 수많은 고양이를 기르기가 쉽지 않고 배설물의 채집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천연 루왁커피 가격은 한잔에 5만원을 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커피공장들은 바이오기술로 루왁의 장에서 추출한 유산균을 활용하여 공장에서 대량으로 원두를 발효시키고 로스팅과정을 거쳐 일반인이 활용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한다.

온도와 시간설정이 가능한 에스프레소 제조기계. 사진=여정현 제공
온도와 시간설정이 가능한 에스프레소 제조기계. 사진=여정현 제공

 

우리가 즐기는 가장 대중적인 커피추출법은 에스쁘레소(Espresso)이다. 곱게 간 원두에 고온과 고압의 물을 투과시켜 커피를 빠르게 추출해내는 방법이다.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어 형용사로 ‘빠른’이란 의미인데, 원래 끓여서 천천히 우려내었던 커피제조를 빠르게 변환한 것이다. 최근의 에스쁘레소 기계는 온도와 시간을 디지털로 설정하면 자동으로 정해진 압력과 시간으로 빠르게 커피를 추출한다. 

에스쁘레소는 필자가 한때 체류했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900년대 처음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커피기계 분야의 선구적인 업체는 이탈리아 회사가 많고, 관련 용어는 모두 현대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다. 한편 이탈리아어는 모든 단어가 a,e,i,o,u로 끝나기 때문에 이탈리아어는 어떤 언어보다 우아하다. 커피기계는 이탈리아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로, 필자는 아프리카 알제리에서 오랜 기간 LCD제조 공장을 건설했는데, 이탈리아 기술자들은 운송한 기계를 3일 만에 설치하고 신속히 귀국하여 자유로운 외출이 어려웠던 필자와 독일 엔지니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음파나 진동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기계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음파나 진동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기계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탈리아어 불가산명사 라떼(Latte)라는 우유라는 뜻이며 ‘카페 라떼’에는 커피에 증기로 가열한 우유가 첨가된다. 그런데, 이 우유커피를 프랑스어로 기재하면 카페오레(Cafe au Lait)가 된다. 다만 카페오레는 냉침커피에 증기를 사용하지 않은 더운 우유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일 까뿌치노(Il Cappuccino)는 이탈리아 수도사 1명을 의미한다. 수도사의 갈색 옷에서 커피 이름이 유래되었다. 까뿌치노는 대개 위에서 설명한 에스쁘레소에 뜨거운 우유와 우유 거품을 각각의 층을 이룬 후 제공된다. 대개 라떼보다 적은 우유를 사용하지만 코코아가루나 계피가루를 뿌리는 경우가 많다.

카라멜 마키아토를 만드는 인공지능로봇.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카라멜 마키아토를 만드는 인공지능로봇.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참고로 이탈리아어 형용사 마끼아또‘Macchiato’는 ‘얼룩진’을 나타낸다. 커피잔에 증기로 가열한 스팀우유를 먼저 넣고 에스쁘레소를 그 위에 넣으면 무거운 에스쁘레소가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작은 점들로 얼룩을 만든다. 마끼아또는 이와 같은 얼룩우유를 의미하는 것이다. 카라멜 시럽을 넣으면 얼룩진 카라멜이란 ‘까라멜 마끼아또’가 된다.

이탈리아가 개발한 에스쁘레소에 뜨거운 물만 조금 섞으면 미국식 커피인 아메리까노(Americano)가 된다. 아메리까노는 에스쁘레소에 물만 추가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의 커피전문점에서 에스쁘레소와 가격이 동일하다. 자본주의가 발전한 미국은 프랜차이져샵이 확대되는 경향이 강한데 커피상점은 대부분이 스타벅스이고 문구점은 오피스데포이거나 스테이플즈이다.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한국은 아메리까노가 대세이나 우리는 정작 미국에서 오히려 카페라테나 에스쁘레소를 선호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한편 커피 주산지로 유명한 콜롬비아에서는 에스쁘레소가 선호된다. 그들은 검은색 커피라는 ‘띤또(Tinto)'를 즐긴다. 콜롬비아에는 커피 애호가들이 많아 한번은 주차관리인이 필자에게 주차비 내신 대신 따뜻한 '띤또'를 한잔 뽑아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었다.

최근 더치커피라고도 하는 콜드브루 커피도 인기를 끌고 있다. 냉침커피는 뜨거운 물이 아닌 차가운 물을 이용하여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서 우려내는 커피이다. 과거 네덜란드령 동인도회사가 있었던 인도네시아에서 로부스타 종의 커피가 재배되었는데 유럽으로 운반하던 선원들이 배에서 먹기 위해서 고안한 것이다. 냉침커피는 찬물로 커피를 오랜 시간 내려 쓴 맛이 적게 나면서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한편 오늘날 더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는 냉침커피 대신 얼음과 물이 들어있는 잔에 에스쁘레소를 부은 ‘아이스 아메리까노’를 즐긴다. 최초의 아이스커피는 ‘마자그랑’으로 알려졌는데 프랑스 군인들이 1840년 알제리 ‘마자그랑’에서 진행한 아랍과의 전쟁에서 유사한 음료를 즐겼기 때문이다. 마자그랑은 포르투갈식 에스쁘레소인 비까에 레몬즙과 얼음을 넣어서 제조한다.

냉침커피의 추출에는 8시간에서 24시간 정도 걸렸으나 최신기술은 커피를 음파나 진동을 활용하며 10~15분의 짧은 시간에 냉침시킨다. 오늘날 콜드브루용 원두로는 인도네시아산 보다는 아프리카의 에디오피아, 케냐, 탄자니아산이 많이 활용된다. 그러나, 필자가 오래 거주했던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높은 기계가격 때문에 에스쁘레소나 냉침커피는 흔하지 않고 인스턴트 커피를 뜨거운 물에 타먹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인들의 인식과 달리 아프리카 사람들도 아틀랜티스 산맥에서 겨울에 스키를 타고, 케냐의 케냐산이나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산 인근에서는 두툼한 파카를 입고 다닌다. 탄자니아 동해안의 탕가에서 쌀쌀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커피는 정말 일품이었다.

커피 추출에는 높이가 다른 두통의 액체가 기압 차이에 의하여 흘러내리게 하는 사이폰 방식도 이용된다. 스타벅스R 매장 등 일부 업체에서 원하면 추가 비용을 내면 사이폰 추출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사이폰은 하단부의 열을 가해 발생한 더운 물이 상단 부위로 상승하여 자동으로 추출을 시작하고 하단부위의 가열이 멈추면 하단부로 진공이 발생하여 상단의 추출액이 중간필터를 거쳐 하단으로 내려오게 하는 방식이다. 과거 알코올램프와 유리플라스크를 이용하던 이 방식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하여 원적외선 히터와 금속재질의 플라스크로 대체되기도 한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빙수제품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빙수제품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발상의 전환은 커피숍에 제공되는 간식의 제조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과거 팥빙수는 얼음을 갈아서 제공했는데 최근 커피숍들은 완성된 팥빙수를 전자레인지에 잠깐 돌려서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개선된 제빙과 절삭기술은 팥빙수용 얼음을 다양한 색상과 여러 가지 식감으로 제공한다.

한국인의 커피사랑은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나 우리들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한지 오래이다. 동네마다 자리 잡은 커피전문점은 우리에게 문화와 소소한 일상의 나눔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커피전문점들은 오늘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하여 새로운 기술과 추출법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국회사무처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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