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을 찾은 어르신이 코로나19 화이자 4차 백신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을 찾은 어르신이 코로나19 화이자 4차 백신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보건당국이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의 위중증·사망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이미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4차 접종을 실시하고 있지만, 추가 접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전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앞서 질병관리청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 13일 60세 이상 연령층 중 3차접종 완료 후 4개월(120일)이 지난 이들을 대상으로 14일부터 4차 접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전예약은 오는 18일부터 가능하며, 예약접종은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3차 접종 현황을 고려할 때 4월 말 기준 4차 접종 대상자는 약 1066만명으로 추산된다.

◇ 4차 접종 ‘감염’보다 ‘위중증’ 예방 목적

보건당국이 4차 접종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고연령층의 코로나19 피해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질병관리청은 ▲60세 이상 연령층의 중증·사망 예방과 ▲오미크론 유행 지속, 신규 변이 바이러스 유행 등 불확실성을 고려해 4차 접종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또한 13일 브리핑에서 “60세 이상 연령층은 지난 12월에 3차 접종을 받고, 4월부터는 최소 접종간격인 4개월이 도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60세 이상의 중증 예방 효과가 3월 5주 기준으로는 90%대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3차 접종을 먼저 시행했던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의 데이터를 보면 4개월이 넘어가면서 이러한 중증 예방효과도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4차 접종은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사망 위험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을까? 질병관리청이 인용한 이스라엘 연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3차 접종 후 사망률 대비 4차 접종 후 사망률 비율은 60대 0.16. 70대 0.28, 80~100세 0.20으로 집계됐다. 4차 접종 완료자의 사망 위험이 3차 접종보다 명확히 낮았다는 것.

또한 4차 접종 완료자들에게 나타난 이상반응은 근육통, 발열 등 국소적인 증상이 대부분이었으며, 평균 이틀 이내에 소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접종의 안전성도 확인된 만큼, 각종 변이 발생으로 고위험군의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4차 접종을 뒤로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

실제 정 청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재유행 가능성을 고려하면 4차 접종 시기가 이른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재유행) 직전에 접종을 하면 예방접종 효과를 좀 더 길게 유지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고민도 했다”면서도 “(3차 접종 후) 4개월이 지나가면서 중증 예방효과가 떨어지고 있고 오미크론 유행이 지속되고 있으며, 60대 이상의 미감염자가 80% 정도에 해당되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 전문가들, 4차 접종 찬반 엇갈리는 이유는?

해외에서는 이미 4차 접종이 시행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접종대상이 되는 나이만 다를 뿐,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차 접종의 필요성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 유럽의약품청(EMA)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지난 6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80세 미만 연령층에 대한 4차 접종은 이르다는 입장을 밝힌 바있다. EMA·ECDC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위중증 및 사망 위험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며 “면역력이 있는 유럽의 60~80세 연령층에게서 백신의 위중증 예방효과가 감소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만약 백신 접종자에게서 위중증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될 경우에는 60~80세를 대상으로 4차 접종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가 접종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는 그에 따르는 이익과 위험을 비교해야 한다. 만약 고연령층에게서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면 4차 접종의 이익도 불확실한 것이 된다. 유럽의 경우 80세 미만 연령층의 위중증·사망 위험이 심각하다거나 백신의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는 명확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80세 미만에 대해서까지 4차 접종을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시행 중인 미국 또한 전문가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공개회의도 거치지 않고 4차 접종을 결정하자, 미국 내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이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FDA 자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폴 오핏 미 백신교육센터 센터장은 지난 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일종의 ‘부스터샷 매니아’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백신제조사들이 마치 보건당국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며 4차 접종 결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 전염병학 교수 또한 “면역력 감소로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부스터샷을 반복 접종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공중보건 전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4차 접종이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사망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그것이 연령과 무관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실제 지난 7일 국제학술지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젊은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4차 접종 실험 결과 3차 접종의 효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젊고 건강한 인구에 대해서는 4차 접종의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 4차 접종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만큼, 향후 4차 접종대상을 60세 이하로 추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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