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비대한 검찰 권력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필요하다는 여당의 주장과, ‘검수완박’은 여권 인사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꼼수라는 야당의 주장이 격렬하게 맞붙고 있다. 언론 또한 검수완박 논쟁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민주당이 검토 중인 법안은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에서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은 완전히 분리하고, 관련 법은 4월 중 처리하기로 했다”며 “동시에 경찰에 대한 견제, 감시 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검수완박 보도, 언론 '김오수 검찰총장' 반응에 초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검수완박’을 검색한 결과 총 1806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정한 다음 날인 13일 가장 많은 664건의 기사가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검수완박’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중 ‘민주당’, ‘당론’,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을 제외하면 가장 자주 언급된 것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이름이었다. 김 총장은 민주당 의총 하루 전인 11일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는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며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김 총장의 반발에도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정하자, 김 총장은 13일 “필사즉생의 각오로 (검수완박을) 막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하는 등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검수완박 관련 기사에 자주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아직 검수완박 논란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실제 윤 당선인은 지난 8일 검수완박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검사를 그만둔 지 오래된 사람”이라며 “나는 국민 먹고 사는 것만 신경쓰겠다”고 선을 그었다. 

 

11~14일 보도된 '검수완박'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목록.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11~14일 보도된 '검수완박'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목록.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 진보 언론, "검찰개혁 취지 공감하지만, 대안과 로드맵 부재 우려"

언론은 전반적으로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진보 성향 매체의 경우 ‘검수완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민주당에게 민의 수렴을 위한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보수 성향 매체는 ‘검수완박’으로 대표되는 민주당의 검찰개혁 방향성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지난 12일 사설에서 “수사-기소권 분리는 대다수 선진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형사사법체계의 기본 틀로서 검찰개혁의 원칙적 지향점”이라며 “인신을 구속할 수 있는 막강한 공권력인 수사·기소권이 한 기관에 집중돼 있는 것은 남용 가능성이 커 견제와 균형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겨레는 “문제는 시기와 방법”이라며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론 국민의 삶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공론화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이날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된 방안에는 검찰에서 떼낸 수사권을 어디로 보낼지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담겨 있지 않다”며 “민심의 지지를 업지 않은 강행 처리는 검찰개혁의 정당성 자체를 훼손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향신문 또한 12일 사설에서 “민주당 법안의 핵심은 검찰이 맡은 6대 범죄 수사를 다른 기관에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법안은 어느 기관에 그 기능을 둘지는 정하지 않은 채 수사권을 검찰에서 빼내는 것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시민들은 코로나19에 시달리고, 안팎으로 경제 파고가 몰려오고 있다. 안보 정세가 급변하고 산업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런 때에 여당이 왜 검찰개혁에만 매달리는지 시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검찰개혁의 정당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대안과 로드맵과 시민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보수 언론 "검수완박은 '방탄입법', 문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반면, 조선일보는 검수완박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13일 사설에서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 통과 후 시행 시점까지는 3개월의 시간이 있다면서 이에 대한 수사권을 어느 기관으로 넘길지도 정하지 않고 당론을 확정해버렸다”며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 대한 비리 수사를 일단 막고 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임기를 거의 마친 집권당이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겠다고 수사 기관의 수사권부터 빼앗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민주당의 이런 상상 초월 폭거를 묵인해왔던 건 바로 문 대통령이다. 나라를 5년간 이끌고 떠나갈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는 길은 ‘검수완박’에 대한 거부권 행사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문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했다.

중앙일보 또한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검찰의 칼날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선명한 ‘방탄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현장에선 ‘경찰 조직 비대화, 심각한 수사 지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검수완박마저 되면 6대 범죄를 제외한 다른 범죄의 경우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도 없어진다... 검찰의 보완 수사로 추가 살인 혐의를 찾아낸 가평계곡 살인사건 같은 건 앞으론 불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문 대통령에게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청했다. 동아일보는 14일 사설에서 “국민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민주당이 작심하고 추진한 법안이라고 해서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권력분립의 원칙을 관철해야 할 때 그 관철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문 대통령 자신이 수사 공백의 수혜자여서 그랬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속히 거부권 행사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것이 정국 경색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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