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업체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부동산업체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신고제)의 폐지·축소를 검토하는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임대차 3법의 폐지 가능성을 일축해 개정 방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인수위는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임대차 3법의 개정 문제를 논의 중이다. 인수위나 국민의힘은 그간 임대차 3법이 전셋값과 월세 급등 원인이기 때문에 폐지 내지는 사문화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임차인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제도 시행 후 곳곳에서 부작용이 따랐다. 집주인이 본인이 직접 들어가 살거나 가족이 살도록 해 임차인을 내보내는 일이 발생하고 4년치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뛰어 '전세 난민'이 생겨나기도 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현 정부 약 5년 동안 전국 주택 전셋값은 평균 40.64% 올랐다. 새 임대차법 시행 전 3년 2개월 동안 전셋값은 10.45% 상승했는데, 시행 후 1년 7개월 사이에는 27.33%나 급등했다. 현 정부 5년간 오른 전셋값의 대부분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이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법 시행 이후에 전셋값이 평균 27% 올랐는데, 집값이 오른 만큼 반영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는 “2년마다 임대료를 올려 주거나 이사를 해야 했던 세입자들이 임대차 3법 개정으로 혜택을 보게 됐다”며 “법 시행 이후 계약 갱신률이 높아지고 갱신 계약의 77% 이상이 임대료를 5% 이하로 인상하는 등 세입자 부담이 완화됐다”고 주장했다.

전세 시장에서는 다가올 8월을 주목하고 있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는 시점인데, 제도 시행 이후 한 차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던 세입자들이 오는 8월부터 일제히 신규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에서 그간 올리지 못했던 전셋값을 일시에 올릴 경우 임대차 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후보자는 지난 11일 임대차 3법 폐지에 대해 "주거 약자인 임차인들의 주거권을 보호하고 가격이나 기간, 정보의 격차 등에 있어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보호장치를 주기 위한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인수위가 정책을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국가와 정책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다수의 세입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그러한 기조 하에 (임대차 3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임대차 3법 폐지 대신 제도 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새 정부의 임대차 3법 폐지·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대차 신규 계약 때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는 등 보다 법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임대차 3법 폐지는 거대 의석(172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임대차 3법 관련 발언 수위가 낮아진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임대차3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일부 보완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 3법이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집주인에게는 불이익을 준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임대인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당근책으로 인센티브를 적극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7월말 갱신 완료 세입자 경우 신규 전세 수요로 잡히게 된다. 하반기에 전세 수요가 늘거라 예상되는데 이런 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너무 급진적인 제도 개선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대차 3법 폐지가 방향성은 맞다고 보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기존의 등록임대사업자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일단 인센티브를 주면서 대상주택을 전체주택 대신 제한을 두는 방식이나 임대기간에 따라서 차등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도입 등을 보완책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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