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2동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2동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새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발탁됐다. 원 후보자는 최근 재건축 단지 기대감 상승에 집값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자 규제완화 폭탄은 없을 거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보다는 주택 공급 계획 발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부, 국회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와 함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완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재초환 개편은 안전진단 기준 완화와 함께 윤석열 당선인의 재건축 분야 대선 공약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기대감이 퍼지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달 셋째 주(3월 21일) 전주보다 0.01% 상승세로 전환한 이후 3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서초구 역시 3주 연속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다. 송파구도 4월 첫째주(4월 4일) 상승률 0.01%를 기록하며 보합세를 끝내고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규제 완화에 속도를 조절할 뜻을 내비쳤다. 원 후보자는 11일 출근길에도 "지나친 규제 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신중할 것"이라며 규제 완화에 대한 신중론을 폈다.

원 후보자는 "재건축 재개발의 규제 완화 폭탄으로 인해서 개발이익과 투기이익을 누릴 수 있는 주택들이 쏟아질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법 개정이 필요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개선은 물론 정부의 시행령·시행규칙개정이 요구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의 조치도 시장 분위기를 보며 신중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폐지 입장이던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은 부작용이 있다면서도 "일방적으로 약자가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보호 장치라는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며 "임차인 보호와 주거 약자의 주거 안정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또한 도지사 시절 현 정부와 각을 세웠던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방식에 대해선, "한 측의 요구와 입장으로만 정할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원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을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하면서 '시험대이자 독배'가 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과 부처 이기주의 타파 등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집값을 단번에 잡을 수 있다거나 정부의 정책 수단으로 시장을 제압할 수 있다는 오만하고 비현실적인 접근을 하지 않겠다"며 수요에 맞도록 효과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 전문성에 기반한 시장 논리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일 수도 있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직접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실무진 수준이 아닌, 필요한 정책의 효율적인 선별과 집행을 지원하는 리더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국토교통부가 단순히 부동산만 다루는 곳은 아니기에 새 정부의 첫 번째 장관으로서 좀 더 넓은 범위(도 행정)를 다뤄본 경력자도 고려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원 후보자가 공급 확대로의 정책 전환을 예고한 만큼 윤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5년 임기 내 주택 250만 호 공급 계획을 서두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민간 재개발, 재건축 위주로 수도권에 최대 150만 호 등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으로, 인수위에서는 그 자체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기대하고 있다. 

인수위 측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구성한 도심주택공급 실행 태스크포스(TF)가 전국 250만호 이상 공급을 달성하기 위해 수요가 높은 서울시 내 주택공급 로드맵을 마련하고, 전국단위 주택공급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4월 중 기타 지자체로 도심주택공급 실행 TF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공택지 발굴의 경우 지난해 9월 LH 혁신방안에 따라 국토부가 그 기능을 가져오면서 담당 부서인 공공주택추진단을 3개 과에서 5개 과로 확대하는 등 조직을 강화한 상태다. 이에 윤 당선인의 주택 공급 목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공택지 개발은 사실상 최종 검토만 거치면 발표할 수 있는 물량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는 대선 이후 주택가격이 들썩이고 있다며,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공약 폐기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참여연대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이 추진하려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사업과 궤를 같이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뉴타운 사업을 '실패'로 규정하고 "장위·신림·북아현 등 뉴타운 사업지구 26곳에서 인구의 3%, 세대 수는 10% 가까이 줄었다"며 "원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고가 주택 위주로 개발해 주택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인 이강훈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오래된 주택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본래 목적에 충실하게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면서 투기를 억제하고, 적절하게 개발이익을 환수해야 할 것"이라며 "사업성이 떨어지는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 재개발 등을 통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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