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일본관광청 유튜브채널 갈무리
출처=일본관광청 유튜브채널 갈무리

[이코리아] 일본이 원유 등 자원 가격 급등 여파로 42년 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에 처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엔화 약세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한국의 신흥국 수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동시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달러 결제 수입비용을 증가시켜 수출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환율이 1달러당 120엔, 원유가 1배럴당 130달러가 되면 2022년에는 일본의 경상수지가 16조엔(약 158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일본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규모로, 일본이 연간 경상적자를 기록한 것은 1980년이 마지막이다.

니혼게이자이의 추산대로라면 일본의 회계연도 시작인 4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31일까지인 회계연도 기준으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1996년도 이후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신문은 'NEEDS니혼게이자이모델'로 분석한 결과 2022년도에 환율이 1달러에 116엔, 원유가 배럴당 105달러인 '표준 시나리오'로 경제 상황이 진행되는 경우에도 연간 8조6000억엔의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기존의 엔화 약세가 수출금액을 늘려 경상 적자를 줄이는 효과는 떨어지고 자원 가격의 상승과 엔화 약세로 국외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영향이 커진 것이다. 

원유와 천연가스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에서는 고유가가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유가 상승은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뿐 아니라 생산활동 등에 원유가 필수적인 기업의 설비투자도 위축시킨다. 

원유가격이 130달러의 경우, 실질 경제 성장률은 0·3%포인트 떨어져 1·8%가 된다고 신문은 관측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반적으로 수출이 증가하지만, 경상수지 적자를 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려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까지 떨어지고, 엔화 가치가 달러당 140엔까지 하락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율시장에서는 일본의 달러당 엔화 환율은 이미 120엔을 넘어서서 곧 125엔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 전망은 엔화의 환율을 절하시켜 일본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려는 일본 언론의 여론 조작용이 아닌가 하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적자 우려가 나온다는 것은 국제 여건이 일본에 긍정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엔저 요인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금리인상이 신흥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자료=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미국 금리인상이 신흥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자료=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1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한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MSCI 신흥국 23개국 수출비중이 2013년 최대 48.1%에 달했으나, 2015년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2017년 44.5%까지 감소(△3.6%포인트)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둔 지난 2월에도 작년 12월 대비 1.5%포인트 줄어들었다.

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신흥국의 자본유출과 경기 둔화로 이어지면서 신흥국의 수입수요가 상대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본격적인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수출기업들의 유동성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2016년 7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30개월 동안 0.5%포인트 인상에 그쳤으나, 지난해 5월부터 올 2월까지 10개월 동안 0.8%포인트 상승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달러 결제 수입비용을 증가시켜 수출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달러당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하면서 원화 기준 원자재 수입부담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전체 수입에서 1차 산품과 중간재 수입비중이 73%에 달하기 때문에 최근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은 환율 상승과 함께 원자재 수입부담을 배가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엔화 약세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우리 수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유도했던 2012~2016년 기간 동안 일본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연간 1%포인트 미만에 불과했고, 최근 한·일 수출경합도도 하락(`19년 0.481→`20년 0.471)하는 추세다. 

또, 올해 일본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엔화의 실질가치가 90년대의 절반 미만 수준으로 하락해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의 위상이 크게 하락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본이 엔저의 지속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홍지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수요 요인보다 비용 요인에 의해 구조적으로 장기화되면서 5월 미국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기업대출 완화 대책을 마련하고, 해상운임 등 수출기업의 부대비용을 절감해 원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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