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의 소재가 되는 질산니켈 등 다양한 소재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배터리의 소재가 되는 질산니켈 등 다양한 소재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지난 3월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2차 전지산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InterBattery) 2022가 개최되었다. 20년 전에 등장한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것처럼 전기자동차도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2014년 처음 개최되었던 전기자동차 경주는 올해 8월 서울잠실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 가솔린 자동차의 레이싱인 포뮬러1 경주용 자동차들은 시속 350km로 주행하고 있는데 레이싱용 전기차도 현재 이에 근접한 280km 속도로 경기장을 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기승을 부렸지만 이번 전시회에는 300여개의 대규모 부스가 마련되었고, 하루 1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려 배터리 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에너지저장 솔루션.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에너지저장 솔루션.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필자가 수차례 관련 공장들의 건설 엔지니어링에 참여한 결과,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 제조의 엄격한 공장관리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일부공정은 습도를 5% 정도로 낮춤 드라이룸에서 작업이 필요했다. 습도가 높으면 리튬 등이 물과 반응하여 거대한 폭발사고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제조 공정은 일반적으로 원료를 자르는 전단이나 건조, 접는 Z폴딩, 탭부착, 패킹 및 전해액 주입으로 이루어진다. 반도체와 달리 원료를 배합하거나 금속을 가공하거나 부착하는 기계들을 상당히 투입된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시장은 연간 79GW 규모를 공급하는 중국 CATL이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로 연간 51GW규모를 공급하며 17조를 벌어들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추격하고 있고, SK온, 삼성SDI가 각각 5위와 6위를 차기하고 있다. 

전기차한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전기차한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방향은 충전된 배터리를 대여하는 ‘에너지마트’, 에너지를 저장하는 ‘에너지 스토리지’, 일상에 이동성을 제공하는 ‘에너지 모빌리티’, 가정의 IOT장비들을 운영하는 ‘에너지홈’,  산업현장 도구들을 운영하는 ‘에너지 워크샵’으로 요약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더욱 얇아진 노트북 그램에 자사의 배터리를 탑재하여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SK온은 300대의 배터리팩을 거대한 장식장에 전시하여 자동차1대에 들어가는 배터리팩의 규모를 실감할 수 있도록 했다. SK그룹은 최근 헝가리 괴드에 공장을 운영하면서, 다수의 한국기업들도 헝가리에 동반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삼성SDI는 자동차용 배터리 외에 서빙로봇에 방점을 두며 지속력과 내구성을 강조했다. 서빙로봇은 한번 충전하면 무려 70,000회를 지치지 않고 서빙을 계속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가 이용해보니 서빙로봇의 트레이를 옮기는 일이 아직은 조금 번거롭게 여겨졌다.

반도체 산업에 포스코가 뛰어든 것도 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포스코는 전시회에서  자동차를 절단하여 하부의 배터리팩들을 보여주었다. 자원기업인 포스코는 9,000억원을 투입하여 아르헨티나에 리튬 공장을 착공하기도 했다.

전시회에는 다수의 완성차업체들이 차량을 출시하였다. 현대자동차는 고객들을 위한 무상충전서비를 홍보하고 있었다. 이 서비스는 보험회사의 비상주유서비스와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현대자동차는 완전히 방전되면 석유통 대신 완전히 충전된 전기차를 보내어 차와 차를 직접 연결하여 전기자동차를 충전해 준다. 테슬라는 캠핑시 전기자동차를 이용하면 차량의 콘센트에 곧바로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음을 홍보하고 있었다.

충전스테이션의 보급은 전기자동차의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바, 충전설비 업체들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를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활동을 진행했다. 개량된 충전스테이션은 전기차 충전설비 외에도 지루하게 기다리는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부대시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토바이처럼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하지 않는 이상 전기자동차의 충전은 현재 휴대폰 고속충전의 인내를 경험하게 한다.

배터리산업에서의 동북아시사의 경쟁력은 다양한 소형전기차들을 탄생시켰다. 친환경 자동차를 표방하는 포트로, 다니고, 젤라, 세보 등이 전시회에서 생소한 이름을 고객들에게 알렸다.

모빌러티 배터리 시장은 전기자동차가 주력이었으나, 전기자전거, 오토바이나 잔디깍이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림오토바이는 DNA모터스로 사명을 바꾸고 다양한 전기오토바이들을 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오토바이를 위하여 자판기형태로 완충된 배터리팩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기오토바이는 고객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배터리를 이용한 전동킥보드 업체들은 한달 3억원 이상의 견인비와 보관료를 지불하면서 고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기자동차 하부에 탑재되는 배터리팩.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전기자동차 하부에 탑재되는 배터리팩.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편 여가활동이 늘고 캠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캠퍼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도 출시되고 있었다. 캠퍼들을 위한 배터리팩은 심야에 광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8시간 이상 미열로 전기장판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2차 전지의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2차전지의 원료를 재생하는 업체들도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현재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중고배터리는 700만원, 프리우스의 중고배터리는 2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중고 배터리는 순수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보다 용량이 적기 때문에 60만원에도 구매할 수 있다.

재활용업체에 수거된 배터리팩은 일부 셀만 불량일 경우 당해 셀만 신제품으로 교체되고, 수명이 절반 정도 남은 배터리는 전기를 저장하는 에너지스토리지로 활용된다. 하지만 수명을 완전히 다한 배터리는 분쇄되어 재활용의 과정을 밟게 된다.

분쇄될 배터리는 방전 후 분리하고, 열처리와 분쇄 과정을 거쳐 금속산화분말을 만들어진다. 금속산화분말은 또 다시 침출, 여과 등의 과정을 거쳐 액체나 고체 결정으로 분리된다. 분리된 원료들은 최종적으로 배터리팩 제조사들에게 공급되어 재활용된다고 한다. 현재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재생 플라스틱 활용율은 1%지만 삼성SDI나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생산에서의 재활용율은 이보다 높다고 한다.

배터리재생산업의 재활용품과 추출된 원료.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배터리재생산업의 재활용품과 추출된 원료.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2차전지의 안정성도 전시회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최근 전고체전지나 반고체전기가 출시되면서 배터리의 발화 등 안전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국회 근무 시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국토교통과학연구원의 실험실을 방문했는데 전기차 배터리의 관통이나 충격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전개되고 있었다. 관련 업체들은 전시회에서 배터리의 안전성 검증을 위하여 진동, 충격, 고온, 염수, 결로, 압축이나 낙하 등에 관한 매우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음을 홍보했다.

차량의 공유와 자율주행이 확대되면서 휴대폰으로 차문을 열거나, 자동으로 과금을 하는 여러 가지 시스템을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이미 자율주행차량에 대하여 수동제어장치를 갖출 필요가 없도록 법규를 개정하면서 관련 사업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최근 전기버스를 만들던 에디슨모터스가 3,000억대 쌍용자동차 인수에 실패하면서 이 회사는 300억원에 달하는 인수 계약금을 날릴 위험에 빠졌다고 한다. 애플 등 미래차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 쌍용차를 인수한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일부의 희망에 그치고 있다. 가솔린차량이 전기자동차로 다시 진화하면서 자동차 관련 기업이나 부품 업계의 미래차 전환은 시급한 과제이다. 

현재 많은 지자체들이 전기자동차 구입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관련 시장 확대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아직은 다수의 전기차 운영자들이 휴대폰이 방전된 사용자들의 답답함을 느끼고 있지만, 향후 진행될 이용자들의 사용환경 개선은 관련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국회사무처 비서관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