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은 메탄 배출 제로 이니셔티브를 목표로 2030년까지 운용 중인 석유 및 가스 자산에서 메탄 배출 제로(0)에 가까운 메탄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출처=엑손모빌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거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이 잉여 천연가스로 비트코인 채굴 실험을 한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소식통의 말을 빌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천연가스 운송 서비스 업체 크루소 에너지와 함께 이미 작년 1월부터 미국 노스다코타의 유정에서 발생하는 플레어 가스(잉여 천연가스)를 활용한 채굴사업을 진행해왔다. 채굴 프로젝트에는 매달 1800만 입방피트의 천연가스가 필요한데, 이는 엑손의 하루 생산량의 0.5%(퍼센트)이다.

엑손모빌은 알래스카에서도 폐가스를 활용한 채굴 사업을 진행 중으로, 미국 외에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독일 등에서 채굴사업 확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석유업체 코노코 필립스도 지난달 노스다코타의 바켄 셰일에서 나온 가스를 비트코인 마이닝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비트코인은 채굴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기가 소비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아르헨티나의 연간 전기 사용량보다 더 많은 전력이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채굴 과정은 거래를 검증하기 위해 컴퓨터 계산식이 많이 필요해서 전기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전 세계 전력 총 소비량은 16만2194TWh(테라와트시)로,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은 189TWh로 전력 사용량의 0.1165%에 불과하지만 비트코인은 채굴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기가 소비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자료=SK증권
자료=SK증권

앞서 지난해 초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15억달러치(약 1조6605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이 비트코인으로 자사 차량 결제도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을 수용해 테슬라는 비트코인 결제를 취소했고, 비트코인 채굴에 신재생에너지가 사용된다면 다시 검토해보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셰일 오일은 너무 많은 양의 가스를 생성해서 결국 공기 중으로 배출되거나 연소된다. 천연가스는 대부분 메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메탄의 지구 온난화 효과는 대기 중 처음 20년 동안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노스다코타는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해 암호화폐 채굴을 최초로 사용한 곳 중 하나라고 전했다. 

암호화폐 전문뉴스 크립토슬레이트는 "천연가스를 사용해 크립토를 채굴하는 것은 친환경"이라며 "암호화폐 마이너들의 관점에서, 천연 가스에 의해 생성된 전기는 석탄을 사용해 동일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온실 가스 배출량의 약 절반만 생산한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생산자의 경우 천연가스를 이동하려면 파이프라인이 필요한데, 파이프라인은 안전하게 공급되는 총 공급량을 늘 수용할 수는 없다. 이러한 파이프라인의 부족은 종종 에너지 생산자들이 여분의 가스를 태워 없애거나 공기 중으로 배출하도록 만든다. 그 폐기물은 환경과 생산자의 이익을 해친다.

이에 엑손의 비트코인 프로젝트는 암호 화폐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ESG 요구에 발맞춘 일환이라는 평가도 있다. 크루소 에너지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암호 채굴 방식은 지속적인 연소(낭비되는 플레어 가스는 보통 연소시킴)에 비해 이산화탄소 등가 배출량을 약 63% 절감한다고 한다. 

크립토슬레이트는 “엑손모빌은 매년 연소로 인해 배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며 “그들은 비트코인을 채굴함으로써 벌금을 줄이고 비트코인 보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엑손모빌이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월 비트코인 37개까지 채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를 채굴하는 데 필요한 평균 에너지는 약 142,498kWh. 이를 토대로 가정하면 엑손이 지난 1월부터 비트코인을 채굴해 2441만9445달러(약 298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 크루소 에너지가 시범으로 선택한 신형 앤트마이너 S19XP 140T를 사용하면 비트코인 1261개 또는 5549만819달러(약 667억5428만원)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한다. 이 모든 수치는 분기당 80억달러(약 10조원)가 넘는 이익을 보고하는 엑손모빌에게는 그저 푼돈에 불과하지만, 채굴 작업을 통해 낭비될 수 있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 케이스라고 크립토슬레이트는 전했다. 

업계에서는 엑손모빌의 이 같은 움직임이 지난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관련 정보 공시 의무화에 맞춰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은 공급사슬망 전반을 아우르는 Scope 3(제품 사용과정의 배출)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방치되어 온 Scope 3가 최초로 공시 범위에 포함됨에 따라 기후 낙오자(Climate Laggard)에 속하는 기업들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최근 석유·가스 회사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투자자, 규제 기관 및 친환경 지지자들로부터 점점 더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플레어 가스 폐기물을 줄이는 것은 그 방향의 한 단계라는 것이다. 

미 투자전문매체 모틀리 풀은 “잉여가스는 가상자산 기업들에게 할인된 가격에 팔릴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지금까지 낭비된 천연가스가 항상 재정적 손실이었기 때문에 에너지 생산자들에겐 여전히 이익이 된다”고 평가했다. 

환경 주주 활동 단체인 애즈 유 소우(As You Sow)의 대니엘 퓨거 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엑손 모빌이 대기로 연소될 가스의 용도를 찾는 것은 긍정적인 조치로, 그렇지 않으면 낭비될 수 있는 것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나은 대안은 회사가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엑손모빌의 실험이지만, 잉여가스를 사용해 채굴이 가능해진다면 채굴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할 것이고, 에너지 기업들의 사업 진출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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