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KT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이 반발에 나섰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후보로 결정된 이들이 부적격해 보이는 이력을 지녔다는 이유에서다.

KT는 제40기 정기주주총회를 오는 31일 개최한다. 상정할 안건으로는 박종욱 안전보건총괄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용헌 변호사와 라이나생명보험 이사회 벤자민 홍(홍봉성) 의장 사외이사 신규선임을 예고한 상태다.

박 대표는 KT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며 사업전략을 실행해온 임원이다. 2020년 사내이사로 처음 취임한 뒤,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용헌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역임했고, 벤자민 홍은 2020년까지 라이나생명보험 대표이사로도 지냈다.

그런데 해당 안건들에 대해 안팎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KT 이사회가 적격성이 떨어지는 이사 후보를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다.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연구소(CGCG)는 KT 주주총회 안건 분석 보고서를 지난 23일 발간했다. 세 후보 선임 반대를 권고하는 내용이 골자다.

CGCG는 박 후보가 2014년부터 2017년께 회사 자금으로 국회의원에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재판 중인 점을 들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해당 사건 등으로 KT에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 과태료와 추징금 합계 630만 달러(약 75억 원)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CGCG는 “박 후보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유죄를 인정한 약식명령이 있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과태료 및 추징금을 내기로 합의해 혐의사실이 상당히 인정된다고 볼 수 있어 기업가치를 훼손한다”고 설명했다.

김용헌 후보의 경우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CGCG는 “대륙아주는 KT와 최근 3년간 약 1000만 원 규모 자문계약을 체결했다”며 “김 후보와 관련 있는 거래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자문 거래 관계가 있었던 로펌 소속 변호사”라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라이나생명보험 대표로 재직했던 2018년 3월 직접 KT와 ‘헬스케어 및 디지털기반 업무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라이나생명은 KT 클라우드와 AI콜센터도 이용 중이다. 게다가 그가 현재도 라이나생명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만큼, 사외이사로서 부적격하다는 게 CGCG의 견해다.

앞서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도 논평을 통해 KT에 이사 후보 재검토를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박 후보 외에도 현 사내이사인 구현모 대표와 강국현 사장도 같은 혐의로 재판 중인데, 당사자 퇴임이 아닌 재선임을 결정한 데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T는 박 후보 선임 건을 철회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KT가 이사 후보를 재검토하지 않을 경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등 주주들은 세 후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조합 측은 이전부터 쪼개기 후원 연루 임원들에 대해 불신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또한 KT새노조는 회사가 이사 선임 건 찬성률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KT는 단순 안내일 뿐 강요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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