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은행권은 잠재적 부실위험 대응을 위한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주요 금융업권협회, 정책금융기관과 간담회를 금융권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연장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말 종료예정이었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6개월간 추가 연장돼 오는 9월말 종료될 예정이다.

금융권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지원해왔다. 이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상환 부담 없이 영업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 실제 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중소기업 중 78%(매우 도움 30%, 다소 도움 48%)가 해당 조치로 도움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은행권은 이번 연장 조치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자유예 조치라도 단계적으로 종료할 것을 기대했던 은행으로서는 향후 잠재적 부실 리스크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현재 은행권의 부실 리스크는 지표 상으로는 높지 않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1년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5%로 전년말(0.64%) 대비 0.14%p 하락했다.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 또한 165.9%로 전년말(138.3%) 대비 27.6%p 상승했다. 금감원도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자산건전성 관련 지표는 전년 대비 개선되면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계속해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연장되면서 발생한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1월말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받는 대출잔액은 만기연장 116.6조원, 원금 상환유예 11.7조원, 이자 상환유예 5조원 등 총 133.4조원에 달한다. 상당한 규모의 대출에 대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적용되면서 부실채권 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졌다는 것. 

대손충당금적립률이 개선된 것 또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로 인해 부실채권 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진 덕분으로 보인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달 발표한 ‘코로나19 감염병 지속 상황에서 국내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부실채권이 아닌 총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지난해 말 기준 0.8%로 전년말(0.86%)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2021년부터는 대손충당금 적립 속도가 대출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연장조치로 이자상환마저 재개되지 않아, 은행에서 차주의 신용도를 확인할 수단도 사라지게 됐다. 은행이 정확한 부실채권 리스크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은행권이 더욱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손실흡수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대내외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현재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 조치가 추후 정상화되는과정에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또한 " 금융권의 잠재부실 확대에 대응하여 중소기업·소상공인 영업개선 지연 등 다양한 위기상황을 가정한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지속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