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 수거활동, 현장 교육 통해 무인도 가치 알리겠다"

가운데가 윤승철 무인도섬테마연구소장. 사진=무인도섬테마연구소 제공

“시작은 남동생과 부루마블 게임을 하다가 무인도 칸에 걸리면서였다. 강제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하는 무인도 칸에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고, 우리나라에 무인도가 3800개나 있다는 것을 알고 호기심이 생겨 무작정 무인도로 떠났다”

‘탐험 문학’의 꿈을 안고 인생의 절반을 사막과 극지방, 히말라야 등 오지를 탐험하던 청년은 이제 무인도의 가치를 알리며 생태 보존을 위해 힘쓰는 활동가가 됐다. 무인도섬테마연구소장인 윤승철 씨 이야기다. 

20대에 세계 최연소 사막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무인도 탐험가가 된 윤씨. '무인도에 가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시작된 그의 호기심은 2014년 무인도 연구소 설립을 이끌었다. 처음엔 여행업으로 등록한 연구소는 이후 무인도 생태교육까지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윤 소장은 현재 무인도섬테마연구소와 섬마을봉사연합을 이끌고 있으며 해양문화교육협동조합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 여러 무인도를 다니며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깨달아 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섬에 남겨진 게 아닌, 계속 찾아가는 이유는 뭘까. <이코리아>는 윤승철 무인도섬테마연구소장을 만나 무인도를 무대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무인도섬테마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무인도섬테마연구소는 섬과 특히 무인도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곳이다. 무인도 조사활동, 생태·체험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무인도는 영토적 측면에서, 생태환경적 측면, 인문·관광적, 해저자원의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곳이다. 우리나라 최외곽에서 영해의 기점이 되는 곳들이 바로 이 무인도이고 육지와 떨어진 독립된 지질, 생태적 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 역시 무인도라 할 수 있다. 

무인도섬테마연구소는 무인도를 재조명하고 가치를 찾아 기록하고, 사람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하며 그동안 무관심했던 무인도에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자체 및 여러 기관과 ‘무인도 보존 및 활용 방안’, ‘국내외 무인도 이용사례조사’, ‘무인도SNS검색량 분석’, ‘무인도 해양교재 개발’ 등을 진행했다. 또 무인도에 대한 기록을 남기거나 사람들과 함께 무인도를 찾아 고유의 식생과 생물을 알아보기도 한다. 눈으로 보고 경험을 하였을 때 그 가치를 몸소 느낀다고 본다. 

- 특별히 무인도를 테마로 프로젝트를 만든 계기가 궁금하다.

무인도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교 졸업 전 국내외 무인도 몇 곳을 다녀왔다. 무인도의 풍경들과 생활하며 찍었던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렸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무인도에 한 번 나도 가보고 싶다는 댓글을 남겨 줬다. ‘무인도에 가고 싶다고 생각을 했던 나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에 날을 잡아 함께 무인도 갈 사람이 있는지 한 번 더 글을 올렸다. 10명이 넘는 분들이 함께 했고 그렇게 무인도에 가는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 무인도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 

무인도에 용기 내어 와본 뒤 자신감이 생겼다는 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무인도라는 낯선 공간에 스스로 가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실제로 경험을 하고 돌아간 뒤 ‘다른 것들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얻은 분들이 있었고 방학, 휴직을 이용해 온 분들은 무인도에서 재정비와 휴식의 시간을 가진 뒤 힘을 얻었다는 분들도 있다. 또 무인도에 대해 몰랐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배우게 되어 전공을 바꾼 분들도 있었다. 작게나마 누군가에게 중요한 순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 가장 보람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섬마을봉사연합 모습. 사진=무인도섬테마연구소장 제공
풍도에서 섬마을봉사연합. 사진=무인도섬테마연구소 제공
풍도에서 섬마을봉사연합 모습. 사진=무인도섬테마연구소 제공

- 섬마을봉사연합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지? 섬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무인도에 다니며 마주한 많은 섬, 해안의 해양쓰레기들을 보고 4년 전부터 매달 전국의 섬으로 쓰레기를 주우러 가고 있다. 섬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한방진료, 장수사진 촬영, 가전제품 수리 등의 봉사도 한다. 뜻에 공감하는 친구들과 힘을 모아 지금은 행안부 비영리민간단체가 됐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 참가를 하고 후원을 해주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로 섬에서 봉사를 하는 것이 힘들어 ‘언택트 플로깅’이나 조용한 해변을 찾아 해양쓰레기 수거 봉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다는 봉사자 분들도 있고, 평소에 잘 가지 못하는 섬으로 가기에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이 좋다는 분들, 좋은 마음을 가지고 온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고 하는 분들도 있어 저희도 힘이 나는 것 같다.

- 2018년 3월에 해수부 선정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됐는데, 이를 통해 활동 범위나 지원의 폭이 넓어졌는지 궁금하다. 

해수부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된 후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방향이 맞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풀렸던 것 같다. 미약하지만 누군가는 주목해야 하는 무인도에 대한 관심, 해양쓰레기나 섬의 고령화 문제들에 맞닥뜨리는 것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창업 초기 지원금으로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고 사업고도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었다. 

- 우리 섬과 무인도를 살리기 위해 윤승철 소장이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활동은 무엇인가.

우리 섬과 무인도를 살리는 일이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말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섬에 살지 않고 섬의 생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섬은 어떻다, 섬은 이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우선 섬을 있는 그대로 둘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관광지를 만들고 데크를 까는 것 보다 섬 주민 분들이 영속적으로 섬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다. 태풍이 왔을 때 배를 피할 항구를 정비하고, 주민의 발이 되는 여객선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동수단별 단가가 여객선이 비행기보다 비싸다),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는 여건들이 갖추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속가능한 섬은 외지인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무인도도 마찬가지라 본다. 많은 무인도들이 인근 섬들의 주민분들이 관리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독도를 지키고자 했던 독도의용수비대는 울릉도 주민들이 만든 것처럼 말이다. 

- 무인도섬테마연구소의 향후 목표는.

단연 무인도와 섬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다. 특히 현장 교육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몸으로 느끼고 현장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철새들, 무수히 많이 쌓여 있는 해양쓰레기들, 별 볼일 없는 작은 섬이지만 우리 영해의 기점인 곳, 보통의 바위처럼 보이지만 수 만 년 전 만들어진 지층들이나 이 섬 아래 해저자원의 가치까지. 육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무인도를, 섬을.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넓힐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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