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차담회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차담회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의료민영화 및 최저임금제 폐지 논란에 휘말렸다. 실제 지난 1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가 발표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및 소셜미디어 등에는 윤석열 당선으로 인해 최저임금, 의료보험, 법정근로시간 등의 제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글이 확산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은 “이제 주 120시간 일하고 월급 150만원을 받게 될 것”, “의료민영화 때문에 병원비가 폭증할테니 알아서 건강을 챙겨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남기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러한 주장이 모두 근거 없는 ‘가짜뉴스’라는 입장이다. 원희룡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저임금 폐지 및 의료민영화는 모두 가짜뉴스라며 “가짜뉴스를 의도적으로 퍼뜨려 ‘악마화’를 시도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 위원장은 “최저임금은 헌법 32조 1항에 근거를 두고, 최저임금법으로 정해져 있다. 최저임금을 폐지하려면 헌법과 법률 모두 개정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일”이라며 “윤석열 공약에도, 후보의 발언에도 최저임금 폐지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원 위원장은 이어 의료민영화 논란에 대해서도 “윤석열 후보는 의료민영화를 단 하나도 이야기한 바 없다”며 “오히려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건강보험 혜택을 중증 질환과 공공의료부터 적용하자는 건강보험 공공정책수가 도입이 윤석열 후보의 정책”이라고 해명했다. 

◇ 의료민영화·최저임금 폐지, 尹 공약집에 없어

최저임금 폐지 및 의료민영화 논란이 모두 근거 없는 가짜뉴스라는 윤 당선인 측의 해명은 사실일까? 실제 윤 당선인의 공약집 및 대선 기간 발언 등을 살펴보면, 윤 당선인이 최저임금 폐지나 의료민영화를 주장했다는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우선 윤 당선인의 공약집 중 ‘노동개혁’ 부분에는 최저임금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의 노동개혁 공약 핵심은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의 유연화다. 노동시장을 유연화에 기업의 부담을 덜면서 고용도 촉진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시간선택형 정규직 일자리를 늘려 근로자의 ‘워라밸’을 개선하고,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형 임금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는 공약 등이 제시됐다. 물론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윤 당선인의 노동개혁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 공약들을 ‘최저임금 폐지’라는 극단적인 조치와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다.

의료민영화 또한 공약집이나 발언 등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윤 당선인의 공약집에는 재난적의료비 지원 확대, 간병비 부담 해소, 상병수당 도입, 지역 의료인력 확충 등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약도 다수 포함됐다.

의료민영화를 뜻하는 의무적인 건강보험 적용 중단이나 영리병원 도입 등의 조치는 윤 당선인의 공약집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를 주장하는 발언도 찾아볼 수 없었다. 

◇ 尹 보건·노동정책이 우려되는 이유는?

윤 당선인이 최저임금 폐지 및 의료민영화를 주장했다는 글은 명백한 가짜뉴스다. 설령 윤 당선인이 취임 후 해당 정책을 추진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해도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전 정부와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정책을 추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노동·의료정책과 관련해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폐지나 의료민영화 같은 극단적인 방향은 아니지만, ‘최저임금 1만원’·‘문재인 케어’ 등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존 정책 기조와는 상반되는 경향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현행 최저임금제 및 주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라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30일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저시급제나 주52시간제라는 게 중소기업에서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단순기능직이 아닌 경우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지장이 많다”며 “비현실적인 제도들은 다 철폐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당 발언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국민의힘은 다음날 “정책 대상자의 의견을 듣지 않는 일방통행식 탁상공론 제도를 차기 정부에서 지양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52시간제를 철폐하겠다는 말은 문단을 하나의 문장으로 임의 압축한 것일 뿐 후보가 직접 발언한 취지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윤 당선인은 또한 지난해 8월 자영업비대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정부에 들어와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지역별,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시작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경영계의 오랜 숙원인 동시에 노동계가 가장 반발하는 사안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정책 기조로 삼은 윤 당선인이 친노동 성향인 문재인 정부와 달리 친기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큰 만큼, 최저임금과 관련해 과장된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의료민영화의 경우에도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나 다른 대선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공공성에 대해 둔감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실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달 대통령 후보 4명의 보건의료 공약·정책을 4개 분야(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 강화, 건강보장 강화, 의료영리화 중단, 지역사회 보건의료·돌봄 연계), 16개 항목으로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89점으로 1위를 차지한 반면 윤 당선인은 12점으로 꼴찌에 머물렀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윤석열 후보는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아무 약속이 없는 유일한 후보이다. 오히려 그는 ‘공공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으로 충분’하다며 시장의료를 더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민간병원 병상을 더 늘리고 민간병원에 더 많은 보상을 줘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민 모두가 확인했듯 민간병원으로는 재난대응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윤 당선인은 지역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병원을 확충하기보다는, 국립대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분원을 설치하고 공공병원의 민간위탁운영을 확대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물론 이를 민간병원의 공공성 강화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공공의료 확충을 의료공약의 핵심으로 내세운 심상정 후보나 이재명 후보와는 명확한 차이가 드러난다.

한편 윤 당선인은 오는 5월 10일 대통령이 취임해 새 정부를 이끌게 된다. 약 2개월 뒤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보건·노동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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