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해 자금을 모으는 ‘쪼개기 상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물적분할을 준비 중이던 기업들도 주주들의 반발을 의식해 기존 계획을 재검토하는 한편, 금융당국도 쪼개기 상장을 제한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7일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합병 등 기업의 소유구조 변경시 주주보호를 위한 회사정책 등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명시하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는 상장기업이 기업지배구조 핵심원칙 준수 여부를 공시하고, 미준수 시 그 사유를 설명하도록 해 자율적으로 경영투명성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이다. 지난 2017년 3월 도입된 후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적용돼왔으나, 올해부터는 자산규모 1조원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을 통해 물적분할․합병 등 기업의 소유구조 변경 시 주주보호를 위한 기업의 정책 등을 기술하도록 기업지배구조보고서상 세부원칙을 신설했다. 실제 개정 가이드라인에는 “기업은 합병, 영업양수도, 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및 이전 등과 같은 기업의 소유구조 또는 주요 사업의 변동에 있어 소액주주 의견수렴, 반대주주 권리보호 등 주주보호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 '쪼개기 상장' 비판 여론, 자본시장 지형 바꿀까?

금융위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이유는, 최근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이 반복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위는 “최근 상장기업의 물적분할 시 주주권리 강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시장 상황을 적극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쪼개기 상장은 신설법인에 대한 경영권은 유지하면서 성장을 위한 대규모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게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실제 LG화학,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카카오 등은 각각 배터리, 백신, 금융 등 주요 사업부를 분할 상장해 상당한 규모의 신규 자금을 수혈했다. 

반면 핵심 사업부문의 성장 전망을 이유로 투자했던 기존 주주에게 쪼개기 상장은 최악의 소식이다. 기존 주주에게는 신설법인 주식에 대한 권리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데다, 지주사 할인으로 인해 모회사 주가까지 하락해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앞서 언급한 주요 기업 대부분 물적분할 소식이 알려진 뒤 주가가 급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LG화학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분할 소식이 공개되기 전날인 2020년 9월 15일 72만6000원이었던 주가가 24일 61만1000원까지 약 16%나 하락하기도 했다.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누적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실제 주요 대선후보들의 자본시장 공약에는 쪼개기 상장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신설법인 주식을 우선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으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쪼개기 상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물적분할을 준비 중이던 기존 기업들도 계획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실제 콘텐츠 제작부문을 물적분할할 예정이었던 CJ ENM은 지난달 공시를 내고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 규제 환경 변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바, 스튜디오 설립과 관련하여 다양한 방안을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카카오 등도 각각 SK온,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전면 재검토한 상태다.

주주보호를 위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NHN은 지난 4일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할 때 주주총회 특별결의 안건으로 상정해 승인을 얻도록 하고, 회사가 소유한 분할법인 주식을 기존 주주들에게 현물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NHN은 오는 4월 NHN클라우드 법인 신설을 앞두고 있다. 신규 사업 육성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물적분할이 불가피한 만큼, 기존 주주들에게 명확한 주주환원정책을 제시해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금융위가 개정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은 올해 보고서 제출 시한인 5월말부터 적용된다. 쪼개기 상장에 반발하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자본시장의 지형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