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두 번째 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두 번째 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둔 현재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는 ‘단일화’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뒤 책임공방이 격화되면서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야권 ‘단일화’ 협상 결렬 논란, 언론 관심↑

실제 빅데이터 분석업체 ‘스피치로그’에 따르면, ‘단일화’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일주일간 국내 뉴스 키워드 순위에서 7위를 차지했다. ‘단일화’보다 국내 뉴스에서 자주 언급된 키워드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이재명, 윤석열, 코로나 정도다. 최근 국내 매체의 지면을 뒤덮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소식을 제외하면, 단일화 논란은 사실상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국내 언론은 윤·안 단일화 논란을 어떤 키워드를 중심으로 보도했을까? 이코리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국내 매체에서 보도한 ‘단일화’ 기사 중 윤석열, 안철수 대선후보와 관련된 기사를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윤 후보가 안 후보로부터 단일화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보도된 야권 단일화 관련 기사는 중앙·지역지 및 경제매체 등 54개 매체에서 총 1212건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399건이 지난달 27일 보도됐으며, 이달 1일 이후로는 기사량이 급감했다. 다만 기사량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1~2일 모두 하루 약 200건의 관련 기사가 보도돼 언론의 취재 열기가 식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권 단일화 논란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언급된 키워드는 야권 단일화의 정치적 동기인 ‘정권교체’, 야권 단일후보의 대선 경쟁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이었다. 

눈에 띄는 키워드는 단일화 결렬 책임 논쟁의 핵심 키워드인 ‘여론조사’다. 실제 두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논의가 협상 결렬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전권 대리인들 간의 협의 과정에서 여론조사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온 적 없다”며 여론조사는 애초에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 후보는 이달 1일 “제가 3주 전 전 국민 앞에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하지 않았나... (3주간) 그에 대해 어떤 답도 하지 않았기에 진정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 언론, 윤·안 단일화 결렬 책임 공방에 “볼썽사납다”

이번 야권 단일화 협상 결렬에 대해 국내 언론은 대체로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8일 사설에서 “윤, 안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에 나선 것은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공감해서다. 그러나 정작 후보 단일화를 통해 만들어나갈 새 정부의 큰 그림은 보이지 않았다”며 “정권교체 이후 비전과 정책은 실종된 채 협상 내용을 놓고 정치적 득실만 따졌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두 후보가 비전과 정책을 공유하는 정책 협약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넓혀나갔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 있다”며 “밀실 담판에 의한 지분 나눠먹기라는 구태를 벗어나지 않는 한, 설령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국민들의 지지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또한 윤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협상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 “누가 봐도 책임이 상대에 있음을 부각시키려는 분위기가 짙게 풍긴다. 한마디로 ‘윤 후보가 성의를 보이지 않아 단일화가 진전되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을 희석하기 위한 회견”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안 후보에 대해서도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정치적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던 안 후보는 철회할 때도 개인적 감정만 앞세웠을 뿐”이라며 “철저하게 이기적 판단에 따라 단일화를 내놓고 또 뒤집어 국민의 정치 불신을 심화시킨 두 후보의 행태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 당사자인 윤·안 두 후보 중 누구에게 협상 결렬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는 매체별로 미묘한 의견 차이가 보였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 사설에서 “협상이 뻐그러진 외견상 이유는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을 윤 후보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안 후보의 책임에 무게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현재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3배 내지 4배 차이가 난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로 윤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여당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밖에 없는데 누가 봐도 상식을 벗어난 후보 결정 방식”이라며 “윤 후보 측은 협상 과정에서 안 후보 측이 요구하던 국정 철학과 비전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인수위 공동 운영과 안 후보 측의 내각 참여도 거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도 협상이 결렬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겨레는 안 후보의 갑작스러운 여론조사 제안과 윤 후보의 불성실한 협상 태도를 모두 지적하면서도, 윤 후보의 문제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한겨레는 지난달 27일 “지난 25일 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이미 다 결렬됐다고 선언을 했다. 분명하게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는데도 윤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의 물밑 협상 내용까지 시시콜콜 공개한 것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며 “(윤 후보가) 단일화 무산의 책임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피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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