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출처=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바이든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이 러시아의 야욕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석유·천연가스 수출길을 막는 것이 최선이나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고조 등 자국 경제에 미칠 부메랑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푸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작전 선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선포했다고 로이터통신·CNN 등 외신들이 러시아 타스통신 발로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진행된 TV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면서 작전의 유일한 목표는 돈바스의 주민 보호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리는 도중 돈바스 지역에서의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비무장화를 추구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 병사는 즉각 무기를 내려놓고 귀가하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충돌은 불가피해졌고,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나토의 팽창과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가 사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이라고 비판하고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한 직후 성명을 내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치명적인 인명 손실과 고통을 초래할 계획적인 전쟁을 선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 회담을 한다면서 "이후 우크라이나와 세계의 평화 및 안보에 대한 이 불필요한 침략 행위에 대해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이 러시아에 가할 추가적인 대응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 美, 중간선거 자충수 될 수도

러시아 군사작전 소식에 에너지 수급 불안감도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했다. 

24일 로이터 통신·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미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4달러 이상 뛰어오르며 96달러를 돌파, 2014년 8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지난 22일 발표한 1차 제재안에서 러시아 금융기관 두 곳을 서방 금융망에서 차단하고, 국채 발행을 금지하는 한편 개인에 대한 제재를 선언했다. 독일은 노르트 스트림2 파이프라인 인증을 중단했다.

러시아는 세계 석유 공급의 10%를 생산하는 글로벌 3위 석유 생산국이자 유럽 최대 천연가스 공급국이다. 유럽연합(EU)은 석유 공급의 약 4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전체 천연가스 공급의 3분의1을 러시아로부터 얻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재 러시아의 침공의지를 꺾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미국의 1차 금융 제재보다 석유·천연가스 자금줄을 끊는 것이나 이는 동시에 서방에도 심각한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CNN은 지난 23일 러시아의 침공 의지를 꺾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미국 등에도 심각한 충격을 주는 것이어서 경제전망에 비관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CNN 정치 분석가인 조쉬 로긴은 "미국은 중간선거로, 유럽은 자체 정치적 제한으로 인해 석유·가스 수출 통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푸틴의 침략에 대응해 동맹국이 취할 수 있는 행동 범위를 제한하게 된다. 물론 푸틴도 그 점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1년 연간 7% 상승했고, 올해 1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올라 40년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치솟을 경우 물가상승으로 현 정부에 불만이 많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에서 등을 돌릴 것이란 우려로 바이든이 섣불리 강한 제재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3일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직접 수입하는 것이 비교적 적지만 분쟁으로 인한 상품 경색이 일시적으로 원자재와 완제품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알란 데트마이스터 UBS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제유가가 2월 말까지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지수는 8%를 밑돌지 않고 9%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 사는 지난 23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석유·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 순에너지 수입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아태지역 등급발행사의 경우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테일러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 상무는 “LNG가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의 수출국들에게는 긍정적이고 실질적으로 더 많은 순에너지 수입국들에게는 부정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몇몇 아시아 국가들이 LNG에 대한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어 현물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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