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가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에 가입하면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출처= 미국 과학잡지 ‘불레틴 오브 아토믹 사이언티스트’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코리아]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향후 정세불안이 심화될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물류를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설 경우 당장 대(對) 러시아 수출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어 국내 관련업계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제재 시 韓자동차, 러 판매 29% ↓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업계는 사태 악화 시 현지 진출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러시아 내수 판매가 29%까지 줄고, 국지전 충돌 시 10%가량 판매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수출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약 41억51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42%에 달한다. 단일 수출품목으로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두고 있는 현대차다.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 공장에서 약 23만대를 생산했으며 현지 판매 법인을 통해 지난해 기아 20만6천대, 현대차 17만2천대 등 총 38만대의 차량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은 작년 기준으로 현대차는 3만8161대, 기아는 5만1869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완성차 전체 수출 물량 중 대 러시아 수출 비중은 4.5%로 집계됐다. 쌍용차의 경우 협력사를 통해 우크라이나로부터는 알루미늄 등 원자재를, 슬로바키아로부터는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반도체업계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의 대 러시아 반도체 수출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은 7400만달러(약 885억원), 전체 반도체 수출의 0.6%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이 제3국에서 미국 기술을 이용해 생산된 반도체의 러시아 수출을 막을 경우 국내 반도체시장도 영향권에 들어간다. 이에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직·간접 영향이 미치는 만큼 미리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원자재에 의존도가 큰 항공, 해운, 석유화학 같은 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조선 업계는 “미국의 금융 제재가 자금 결제 중단으로 확대되면 러시아로부터 기 수주한 프로젝트 추진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업계의 피해를 줄일 방안을 찾을 것을 요청했다. 

주요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는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지리적 특성상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의존도가 높다. 이에 따라 전쟁 발발 시 전반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최근 8년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90달러 중반대까지 치솟았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국제유가가 12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 러시아 원유 의존도는 5.6%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급등에 따른 국내외 경제 영향은 한국의 수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갈등이 심화하면 유럽발 에너지 가격·수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될 것”이라며 “원유·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연료비 연동으로 인한 국내 전기·가스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러·우크라이나 밀·옥수수 주요 수출국, 곡물수급 우려↑

곡물수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으로 국제 곡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일 오후 농촌경제연구원 오송관측센터 대회의실에서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국제곡물 수급대책위원회’를 개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내 영향 및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국내 사료용 밀·옥수수·대두 연간 수입량은 1722만t이다. 이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라며 전쟁이 발발해도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업계에서 사료용 밀의 경우 7월말, 사료용 옥수수는 5월 중순까지 소요되는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농림부 관계자는 “다만, 이번 정세 불안이 심화되고 장기화되는 경우 국제곡물 공급망 차질과 함께 가격 상승 등 국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밀, 옥수수 등의 주요 수출국인 만큼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제 곡물가격 역시 급등할 수밖에 없다.  공급 문제는 단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다지만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수입에 의존하는 산업계와 소비자에 악재다. 

◇정부, 우크라이나 군사 충돌 대비 현지 기업인 핫라인 가동 

한편, 정부는 앞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우리 실물 경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업계의 불안에 대해 선을 그었으나 유사시를 대비해 비상조치를 가동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 있는 국내 기업을 지원하고자 핫라인도 구축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합동으로 제3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유사시 즉각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관별 행동계획(Action Plan)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것”이라며 “만일의 사태에도 실물경제 위축을 방지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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